금혼식(金婚式)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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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혼식(金婚式)을 맞이하며
  • 김종도(수필가ㆍ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09.12.17 19:04
  • 호수 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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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남녀가 부부가 되는 것을 말한다. 재래식 결혼식에서는 혼인날에 대례(大禮)를 올리기 위해 신부집으로 초행길에 올라 전통방식에 따라 식을 올렸는데 지역에 따라 풍습의 차이가 있었다.

요즘에는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예식장에서 올리기도 하고, 강당이나 교회, 새마을회관 등에서 하기도 한다. 이때 사회자의 식순에 따라 상견례부터 시작하여 주례사를 끝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간단히 마친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복잡한 생활 속에서 살다보면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리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결혼 후 특정한 주년마다 부부의 건재함을 축하하는 날로서 서양에서는 애니버서리(Anniversary)라고도 하면서 특히 은혼식(25년째)과 금혼식(50년째)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동양에서는 회혼식(回婚式 60년째)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그 외 결혼기념일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있는 둥 마는 둥 지나치게 된다.

사실 결혼기념일이 돌아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내의 일생이다.

20대 초반에 가난한 집 공무원의 아내로서 부모님과 4남2녀의 형제, 2남3녀의 자식들을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농사까지 해야 하는 1인5역보다 더 많은 고생을 한 것을 알고 있지만 결혼 50주년을 맞은 오늘까지도 따뜻한 말, 정다운 말 한마디 못 전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형제들 결혼 분가까지 마친 후 자식들 학업 뒷바라지 결혼시키고 남은 것은 부모로서 보람과 골병 뿐이다.

농촌에 살면서 매년 농사지어 쌀, 마늘 등 농작물과 심지어는 철따라 수산물까지, 또 김장을 택배로 보내는 정성이 어쩔때는 얄밉기도 하지만 모두 자식 형제 생각하는 아름다운 인간의 본능이라 여기면서 거들어 주기도 한다.

꼭 그것만은 아니지만 보내는 마음의 몇분의 일이라도 알아줄까? 그저 고마울 뿐이다. 마누라 자랑하면 팔불출이라지만 이것은 자랑이 아니고 사실이기에 못다한 남편으로서 자책감에서 쓴다.

나는 주례를 서면서 결혼기념일을 잊지 말고 챙기라는 당부를 꼭 하는데 스스로는 사실 몇번이나 실천했는지 궁금하다.

19세기 중엽 영국에서는 결혼 후 5년째 나무, 15년째 동, 25년째 은, 50년째 금, 60년째에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75년째가 다이아몬드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 선물로는 1년째는 지혼식(紙婚式)이라하여 서적을 선택했고 10년째에 주석, 20년째에 도기, 30년째 상아, 40년째 모직, 45년째에 명주로 변해갔다. 1년부터 15년까지는 매년 그 이후에는 5년마다 결혼기념일을 기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로한 부부가 혼인한지 60년째가 되면 회혼례를 올리는데 주로 자손들이 부모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젊었을 때 축재하지 못하고 퇴직연금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보다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자위하면서 자식들이 매달 조금씩 보내온 돈으로 오늘 금혼식을 맞아 뜻깊은 마음을 가져봤지만 이제 남은 것은 우리 부부 둘 뿐이라는 것으로 서로 위로하며 아무 식당에나 가서 조촐한 자축연을 갖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자식들은 부모님의 탄신기념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챙겨드리는 아름다운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큰 효도가 아닐까?

참고로 결혼기념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년-지혼식(紙), 2년-과혼식(菓), 3년-당과혼식(糖菓), 4년-혁혼식(革), 5년-목혼식(木), 7년-화혼식(花), 10년-주석혼식(朱錫), 12년-아마혼식(亞麻), 15년-수정혼식(水晶), 20년-도기혼식(陶器), 25년-은혼식(銀), 30년-상아혼식(象牙), 35년-산호혼식(珊瑚), 40년-모직혼식(毛織), 45년-명주혼식(明紬), 50년-금혼식(金), 60년-회혼식, 다이아몬드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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