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기자의 금연체험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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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의 금연체험기 ②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0.01.06 12:37
  • 호수 1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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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담배의 유혹, 결국 …

금연시작 10여일만에 찾아온 위기. 담배연기를 들이킬 때의 그 느낌. 그 자극이 너무 그리웠다. 그리고 내 의식은 금연 중이라고 끊임없이 되뇌이고 있지만 내 몸은 담배와 함께 해온 12년의 세월을 기억하고 있어 평소 담배를 즐겼던 상황들이 찾아오면 나도 모르게 담배를 찾게 되는 그런 위험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금연을 포기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금연을 시작하면서 아껴진 돈이 백수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밥맛도 좋아지기 시작해 살찌고 싶다는 내 희망에 힘을 더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담배냄새로 찌들었던 내방이 깨끗해지는 등의 장점도 느꼈기 때문에 더더욱 금연을 포기할 수 없었다.

‘딱 한대만’ 하는 수많은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건 지금까지 수없이 도전했던 금연을 모래성으로 만든 것이 모두 한대의 담배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었다.

즉 성냥개비로 쌓아올린 높이가 금연의 기간이라면 아무리 그 높이가 높다고 하더라도 밑동의 성냥개비 하나를 빼는 것만으로 전체가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래서 나는 불붙인 담배를 입에 대면 그것으로 금연은 실패라고 스스로 규정했다. 그리고 담배연기가 주는 자극이 정말로 그리울 땐 담배 피우는 친구 옆에서 간접흡연을 즐겼다. 간접흡연은 비싸기만 한 금연초와는 달리 공짜에다 담배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전해주며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다는 내 자신과의 약속에도 어긋나지 않는 이점이 있었다.

필터를 거쳐 정제된 연기만 마시는 흡연보다 각종 화학물질을 생연기로 고스란히 들이키는 간접흡연이 오히려 건강에 더 해롭지만 간접흡연은 나의 금연을 지탱해 준 보조제 역할을 했다. 간접흡연이 어려울 땐 향을 피우며 담배연기의 자극을 대신했다.

놀랍게도 간접흡연에 의지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느 순간 간접흡연으로 들이키게 되는 담배연기가 역겨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니 비로소 내가 비흡연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느끼며 미안한 감정이 일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인 금연을 지켜나가던 중 주식투자로 200만원가량 날려먹는 일이 벌어져 허무함에 담배생각이 간절한 적도 있지만 여기서 담배를 피우면 진짜로 무너진다는 생각에 참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담배가 싫다고 내 영혼에까지 새긴 줄 알았지만 때때로 금연을 포기하고 담배를 피우는 꿈을 꿀 때면 꿈속에서도 ‘아~ 결국 포기하는구나’ 하는 좌절감을 생생하게 느꼈고, 꿈에서 깼을 때는 그것이 꿈이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뛸 듯이 기뻐한 적도 많았다.

그렇게 담배와의 인연은 완전히 끝난 줄 알았는데 금연 일년을 넘긴지 한달만인 지난해 5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로 너무도 간단하게 담배를 다시 입에 대고 말았다. 그 순간에는 어떤 논리도 끼어들 여지가 없는 스스로에 대한 자학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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