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은 누구인가? (청인의 입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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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은 누구인가? (청인의 입장에서)
  • 배재만
  • 승인 2010.01.11 16:44
  • 호수 1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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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농아인, 청각장애와 농인

1. 농아인, 청각장애와 농인

2. 농인의 문화

3. 농인의 언어

4. 남해의 농인들

5. 농인과 함께 만드는 사회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35만 농아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농아인은 ‘듣지 못하고 말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농아(聾啞)란 ‘귀머거리’와 ‘벙어리’를 의미하는 한자어다. 따라서 농아는 엄밀히 말하면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이다. 농아인협회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농인(聾人, Deaf-people)들이다.

남해에도 경남농아인협회 남해군지부가 있고 여기를 이용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이 농인들이다. 이들은 청각장애인(a deaf person)과 좀 다르게 구분된다.

청각장애란 소리를 듣는 청각 기관의 일부 혹은 전부가 기능을 상실하여 소리를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에 장애가 있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소리를 듣는 정도에 따라 청각장애 2급에서 6급까지 장애를 구분하고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3급 이상이면 귀에 대고 소리 질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청각장애라는 이런 구분은 이들이 할 수 없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분류다. 즉 귀로 소리를 어느 정도 잘 듣는 사람들이 자신을 기준으로 해서 나누는 방식이다.

반면에 농인(聾人, Deaf-people)은 청각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을 말한다.

소리를 통해 뭔가를 할 필요가 없는,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 모든 걸 하는 사람들이다. ‘농아인’과 구별되게 ‘농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소리를 통한 의사소통방식에서의 자유로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농인’은 소리정보가 아니라 시각정보에 의존한다. 시각정보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자신을 성장시키고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모든 수단을 소리 이외의 정보를 통해 하는 것이다.

농인은 그들만의 문화가 있고 언어가 있다. 청각장애인들은 청인(‘농인’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귀로 소리를 듣는 사람)과 같은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보조기기(보청기 등)뿐 아니라 수술(인공와우 등)을 통해서라도 소리를 듣고 입을 통해 말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농인’들은 시각적 기능을 통해 의사소통하고 즐기며 시와 문학을 논한다. 이들의 언어인 수화는 못 듣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이다.

수화(수어)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후배들에게 전달하며 심화 발전시켜 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농인들은 말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언어장애는 손을 다쳤다거나 뇌의 언어를 담당하는 곳에 손상을 입었을 경우뿐이다.

그 외에는 언어장애가 오는 것이 아니라 청인(듣는 사람)과의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을 뿐이다. 이것은 농인들이 듣지 못해서일 수 있지만 반대로 청인이 수화를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어느 한쪽의 잘못이나 무능이 아니라 쌍방 간의 문제인 것이다.

농인은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 의사를 소통한다. 따라서 모든 것은 눈에 보이는 방식을 통해 나눠야 한다. 가족에서도 친구집단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농인이 있는 곳이면 늘 그렇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인들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발달되어 왔다.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는 가져보지 못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우선 그 온 가족이 불안과 불행에 떤다. 그리고 이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고 소리에 반응하게 하는 것에 모든 것을 투자한다.

우리 사회는 아이가 농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청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청인으로 살 것인가 만을 고민한다.

결국 부모와도 형제와도 이웃 친지들과도 주변의 친구들과도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고 성장하고 만다. 농아인사회의 문제는 대부분 이런 관계의 단절에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그동안의 단절에 대해 회복을 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배려는 동정과 다르다. 남성의 여성에 대한 배려, 어른의 아이에 대한 배려, 임산부나 노인에 대한 배려 등 동정이 아닌 배려는 동등한 위치에서 같은 사회를 함께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서로를 향한 최소한의 책무인 것이다.

<다음달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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