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길’로 관광역사 새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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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길’로 관광역사 새로 쓴다
  • 김종욱 기자
  • 승인 2010.01.14 20:07
  • 호수 1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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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우리마을 13-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

가천 다랭이마을의 현황

● 행정리 :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
● 세대수 : 62호
● 인구수 : 남 51, 여 71
● 연령분포 : 청년회원(64세 이하) 17명
                    부녀회원(64세 이하) 17명
● 키워드 : 다랭이논, 암수바위, 지게길, 체험마을, 트러스트회원, 슬로우투어,
                전통놀이체험, 올레길, 편백림, 다랭이논축제,
                가고싶고 살고싶은 마을, 다랭이팜영농조합법인

가천 다랭이마을. 남해에 거주한다면 아니, 관광명소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손바닥만한 논이 울창한 푸른 숲 중턱에서부터 시리도록 푸른 바다까지 흘러내린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 다랭이마을. 그곳은 45도 경사 비탈에 680여개의 논이 108개 층층계단을 이루고 있다.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이미 전국에서 유명한 관광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23만명의 관광객이, 2009년에는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조금 줄어든 2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4억5천만원 정도의 관광수입을 올렸다.

이곳은 2005년 문화재청에서 명승 제15호로 지정돼 다랭이논의 국유화가 추진 중이다. 문화재청은 매년 예산을 편성해 계속해서 전답을 매입해 4~5년 이내에는 모든 다랭이논이 국유화 될 전망이다.

이는 조상들이 물려준 천혜의 관광지, 다랭이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총 면적이 6만여평이나 되는 다랭이논을 고령화된 주민들로 다 소화해내지 못하고 많은 전답을 휴경지로 놀렸던 다랭이마을로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다랭이마을은 ‘다랭이팜(farm:농장)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해 관광자원으로서 다랭이마을과 농촌으로서의 다랭이마을을 결합하고 있다. 개개인으로는 할 수 없었던 다랭이논의 통합관리를 영농을 구성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은 물론 공동영농과 공동분배로 마을 주민들의 고른 수익을 꾀한 것이다.

농촌사랑 트러스트회원

다랭이마을은 다른 농촌체험마을과는 다른 연 5만원의 유료회원인 ‘트러스트 회원(다랭이한마음나누기 후원회원)’을 두고 있다. 마을은 이들의 회비로 다랭이논의 유지ㆍ관리와 마을 발전을 위해 투자할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고, 트러스트회원은 3회에 걸쳐 다랭이논에서 나는 지역특산물을 공급받는다. 그것은 계절에 따라 마늘 5kg과 쌀 5kg, 시금치ㆍ겨울초ㆍ톳ㆍ갓 1kg씩이다. 회원들이 받게 되는 이 특산물은 원가 4만원가량. 유통마진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한국농업경제연구원 김태곤 박사의 제안으로 지난 2007년 시작한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첫해인 2007년 자매기업인 삼성전기(주) 부산사업장에서 후원을 해 시범적으로 마쳤고, 그 성과에 힘입어 2008년에는 300명의 회원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500명의 회원을 모집할 생각이었지만, 한 일간지를 통해 이 소식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바람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기도 했다. 결국 작년에는 예상보다 많았던 700명의 트러스트회원을 뒀다.

올해는 대폭 늘려 2천명의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관심이 있다면 연락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색다른 관광을 꾀한다

이창남 개발위원장은 “다랭이마을이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잠시 들려 관광만 하고 가는 단순관광객 비율이 85%나 된다”며 “올해는 새롭게 지게길을 구상하고 있어 스쳐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머물며 체험하는 관광을 만들려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지게길이란 조상들이 벼랑 끝에 있는, 산골짜기에 있는 전답을 경작하기 위해 닦아놨던 논두렁이 이어진 길이다.

이미 지게길은 바다에 가까운 논부터 길까지 형태를 얼추 갖추고 있다. 그것은 다랭이마을에서 출발해 홍현을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다시 다랭이마을 내 폐교로 향하는 길이다. 하지만 아직 안전펜스가 갖춰지지 않아 가족단위 관광객이 다니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른다.

이 위원장은 “길 곳곳에 스토리텔링 자원이 풍성해 요소요소에 쉴 수 있는 쉼터와 전통놀이ㆍ자연 체험장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걷기를 즐기는 제주 ‘올레’길과는 차별된 ‘슬로우투어’를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한껏 자부심을 드러냈다. 천혜의 자연에 이야기까지 뒤따르니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무엇이 부족하랴.

더욱이 이 지게길은 다랭이마을이 준비하고 있는 지게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올해는 홍현쪽 관망대를 돌아오는 1.8km 구간에다 관광객들이 만드는 돌탑공원, 폐교를 이용한 다랭이역사관과 전통놀이체험장 등을 만들 계획이지만 차후에는 최종 108계단 위까지 아우르는 지게길을 만들고 마을 뒷산의 편백림과 해안초소까지 연계해 체험장과 휴식공간까지 만들어 관광객들이 ‘1박 2일동안 마을 안에서 한껏 즐길 수 있는’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천수답과 친환경농업

이런 다랭이마을에도 한가지 고민이 있다. 그것은 최근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친환경농업’이다.

다랭이논은 조상들이 직접 흙을 지고 날라 만든 논으로 토심이 낮아 물이 저장되지 않고 금세 빠지는 ‘천수답(빗물에 의해서만 경작할 수 있는 논)’이다. 그렇기에 우렁이를 통한 친환경농업은 조금만 가물면 금세 우렁이가 죽어버려 시행할 수 없다.

이때까지는 ‘저농약’으로 해결했었지만, 최근 친환경농업으로 ‘저농약인증’이 사라진 관계로 입증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이창남 위원장은 “이는 저수지를 준설하는 등 원초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문화재청에서 저수지를 약속했지만 층층이 쌓인 680여개의 논에 모두 충분히 물을 대고 친환경농업을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시름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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