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사는 법
상태바
인간으로 사는 법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1.21 21:08
  • 호수 1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노라면 ‘무엇을 해야 하나?’ 오늘 할 일, 가지고 싶은 직업, 평생을 어떻게 살까 등등 고민할 때가 적지 않다. 무턱대고 머리만 싸맬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과업, 대체 어떤 것들인지 한번 정리를 해놓고 바라보면 어느 정도 갈 길이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로부터 생명을 이어받아 인간의 뇌를 가지고 태어났다. 부모, 스승, 사회의 안내를 받아 인간으로 자라서 부부로, 부모로, 사회를 이끄는 사람으로 살다가 인간으로 죽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업들을 완수하려면 어찌 살아야 하는가? 누구라도 서너가지는 섬기지 않을까? 나름대로 몇가지를 제시하려 한다.
첫째, 사명으로 살아라. 타고난 운명도 있지만 타고난 사명도 있다. 먼저 생명승계의 사명이다. 내 목숨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으니 나도 씨앗 몇은 뿌려야 갚을 수가 있다. 헌데도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세계 192개국 중에서 꼴찌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종족보존의 사명 완수율이 제일 낮다는 말이다.
바퀴벌레가 웃을 일이다. 바퀴벌레는 고생대 석탄기에 출현해서 지금까지 생존을 이어온 ‘생명의 지존’이고 ‘살아있는 화석’이다. 바퀴벌레의 끈질긴 생명력은 2억8600만년 전에는 세숫대야만 하던 것이 작고 납작하게 진화했다거나, 야행성 등에도 기인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한마리가 4500만 마리로 분열하는 생산력에 있다. 인류 멸종의 첫걸음인 출산기피와 영원불멸의 바퀴벌레 생존법은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이 시대의 안경이다.
다음은 문화 창조의 사명이다. 조상들이 창조해서 물려준 문화를 지켜가고 더욱 발전된 문화사회를 창조해내는 일이다. 물론 문화 소비 활동도 문화 창조 활동의 일환이다.
끝으로 자연소멸의 사명이다.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무(無)로 돌아가는 일이다. ‘3무’를 생각해 본다. 누구에게도 대신 처리할 것을 남기지 않는 것(무미결), 누구에게도 원한을 남기지 않는 것(무원한), 그 무엇에게도 미련을 두지 않는 것(무미련) 등이다.
둘째, 일을 즐겨라. 쾌락은 인간을 망가뜨리지만 일은 인간을 살찌게 한다. 쾌락은 재물을 허비하게 하지만 일은 재물을 축적하게 만든다. 쾌락은 정신을 피폐하게 하지만 일은 정신을 풍요롭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선의 직업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일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삶의 중요한 가치이다. 일생의 황금기를 대부분 일과 함께 살아가는 한, 즐거움이 없는 일은 인생의 무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흥망성쇠는 쾌락과 일의 갈림길에서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셋째, 선심으로 살아라. 물질을 탐내는 욕심에서 벗어나 마음을 베풀고, 자기를 내세우지 말고 남을 칭찬하는 삶을 만들어내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여유가 생긴다. 법정스님의 법어 한 구절을 읽어보자. “옛날 아프리카 탐험에 나섰던 유럽인 탐험가들이 아프리카 원주민을 길라잡이로 탐험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탐험 사흘째 되던 날 길 안내자 겸 짐꾼인 원주민이 꼼짝도 하지 않고 주저앉았다. 탐험가가 이유를 다그쳐 물었다. ‘이곳까지 우리는 너무 빨리 왔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영혼까지도 팽개쳐 놓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함께 가지 않고 나만 먼저 가려는 자가 많은 사회, 망하고 또 망한다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하고 바라봤지 않은가?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이것이 나와 나의 가족을 넘어설 때 비로소 그를 선하다고 할 것이다.
넷째, 인간답게 살아라. 산다는 것은 규범이다. 조상들이 살았고, 부모님이 살았던 삶이 모두 규범이다. 거기에는 우리가 함부로 벗어날 수 없는 철칙이 있다. 어떤 것이 인간다운가? 어떤 것이 벌레만도 못한 것인가? 그것은 기찻길과도 같다. 선로 위에 서면 멀리멀리 이어질 수 있지만 벗어날 때는 거꾸러지고 만다. 여기에는 몇 가지 비법이 있다.
먼저 ‘따라가기’다. 순응하는 것이 순리라는 말이다. 또 ‘이상을 품고 살기’다. ‘인생의 절반은 꿈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산이 깊어야 범이 있지 않을까? 이상이 낮을 때는 높이 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버리기’다. 누구나 살아온 날을 돌아보면 ‘덧없는 세월’이었다고, ‘부질없는 일에 집착했다’고 후회한다. 가령 부모님의 한(恨)이나 내가 지은 죄 같은 것에서 떨쳐나야 한다.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다 내려놓아야 한다.
어디서 와서 어디를 헤매다가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나름대로 짚어보았다. 뒷산에만 올라가도 길이 복잡해지는데 하물며 일생길이란 한없이 지난하다. 안개가 자욱할 때 불빛 하나라도 얼마나 위안인지 모른다. 더러 등불이라고들 하지만 스스로 길라잡이로 삼지 않으면 등불일 수 없다.
누구의 경험이나 누구의 말씀이거나 간에 그것을 나의 등불로 삼을 만한 것을 골라서 점점이 내걸어 두면 가로등처럼 하나의 길이 생기고, 그 길을 따라서 가면 인생길도 한결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인간으로 살다가 인간으로 사라져 가자.

서 관 호
시인
본지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