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부부에게 전동휠체어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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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부부에게 전동휠체어 하나 있었으면…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0.03.04 20:53
  • 호수 1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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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이야기

당뇨병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위해

일년 전부터 수레로

남편 마실을 돕는

아내의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수레에 할아버지를 태우고 효자문 앞을 오가는 할머니가 자주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면서 그 사연이 궁금했지만 다가가 여쭤보기가 조심스러웠다.

지난달 26일 비가 내리던 그날도 비옷차림으로 수레를 끄는 할머니와 우산을 쓴 채 수레에 앉아있는 할아버지가 효자문입구를 지나는 광경을 보고 잠시 머뭇하다가 다가가 인사를 나눈 뒤 수레를 함께 끌어 궁금했던 이야기를 물었다.

정동진(72) 할아버지는 약 3년 전부터 당뇨병에 합병증이 겹쳐 다리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약 일년 전부터 아내 임막순(61)씨가 끄는 수레에 의지해 이틀에 한번 꼴로 읍에 마실 나오는 게 외출의 전부다.

이들 부부의 마실 코스는 광포마을의 집에서 남해읍시장 구간으로 거의 일정하다. 시장이나 산림조합에서 장을 보기도 하고 시장바닥에 떨어진 시래기를 주워다 집에서 키우는 한마리 염소에게 먹이기도 한다. 아내가 시장이나 산림조합에서 볼일을 볼 때 할아버지는 수레 위에 우두커니 앉아서 마냥 기다린다.

수레를 끄는 게 얼마나 힘들지 궁금해서 광포마을 초입까지 약 300미터를 혼자서 끌어봤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았지만 완만한 경사를 만나자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을길에 접어서는 다시 할머니가 끌고 내가 밀었는데 구불한 길에 경사도 점점 심해져 덩달아 호흡도 가빠졌다.

마을회관 근처에서 잠시 쉬면서 이제 그만 가도 된다고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까꾸막을 보고 차마 발걸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해왔냐고 묻자 “힘들어도 어쩌겠습니까. 다리가 아픈데…”라며 굳이 힘들다는 내색을 숨기지는 않는다.

재산이라고는 전답이 400평정도 있는데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서 마을이장에게 맡긴지 오래다. 마을이장으로부터 받는 수확물과 아들 둘이서 벌어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자식들의 형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란다.

제 삼자의 눈에는 천사 할머니를 만난 할아버지가 행복해 보이겠지만 뜻하지 않게 아내를 고생시키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과연 편하고 행복할지 의문이다.

이들 부부에게 전동휠체어라도 하나 생겨서 허리를 펴고 나란히 마실 다니는 진짜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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