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행복 그리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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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행복 그리고 인생
  • 서 관 호 시인·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10.03.17 14:19
  • 호수 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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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박형진·한회연 기자의 혼례를 집전하며 -

인생이란 무엇인가? 철학자도 아닌 범인이 인생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결혼식에서 행해지는 주례사는 누가 하든 간에 인생길의 한 단면을 잘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그런데 오랜만에 고향에서 있을 혼례의 주례를 맡고 보니 무슨 할말은커녕 헛살아도 많이 헛살았다는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오는 21일, 읍내 하얀집웨딩홀에서 우리신문사 박형진, 한회연 두 기자가 사내 커플로 화촉을 밝히게 되니 크나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가득한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주례로서는 크게 부담스럽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하나는 고향 어른들을 모신 앞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어른들께 부끄럽고 죄송한 말씀이 될 것이라는 점이고, 또 한가지는 두 후배들의 가슴에 화살이 될만한 금언이 나에겐 없기 때문이다.

시를 한수 읊어 줄까, 글씨를 한점 써서 줄까 망설이다가, 칼럼을 남기는 것이 오히려 그들로서도 없애지 못할 불후의 선물이 될 수도 있고, 어눌하기만 한 내 말솜씨나 차림새 없는 내 주례사를 미리 다듬는 방법으로서도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말을 듣자마자 다음의 세 낱말이 떠올랐다.

먼저 ‘사랑’이다. 사랑이란? 탯줄을 끊어내고 마음으로 대신 이은 또 하나의 명줄이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우리의 탯줄은 곧 명줄이었다. 태어나면서 그것을 끊었으나 어머니의 사랑은 결코 끊어지지 않았다. 만약에 어머니의 사랑이 끊어진 적이 있다면 그때도 우리의 생명이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었을까? 적어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이 세상 그 어느 누구의 어머니도 자식 사랑하는 마음을 끊은 적은 없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하신지? 만약에 내 말에 동의한다면 오늘의 신랑 신부 역시 서로가 서로에게, 또는 부모님에게, 그리고 자식에게 그대들의 어머님같이 해보라. 그것이 곧 사랑이리라.

두번째 떠오르는 낱말은 ‘행복’이다. 행복이란 또 무엇인가? 가야 할 길을 정상적으로 가는 것이다. 남이 결혼할 때 결혼하고, 아이 낳을 때 아이 낳고, 그렇게 또 그렇게 부모님처럼 사는 것이다. 자식을 낳아 희망을 걸어보는 것,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이 세상에 없다.

나는 자식 넷을 낳아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렸고, 나 자신도 남들의 곱절은 더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초음파 사진에 좁쌀만한 점이 찍혔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 태어나서 처음 눈을 뜨고는 눈길이 서로 마주쳤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어디가 아픈 줄도 모르고 우는 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을 향해 뛸 적에는 하늘과 땅을 분별할 수 없었다. 운동회 때 적군을 10여미터나 추월해서 달리는 릴레이 선수 아들을 응원하는 나의 심장은 뛰는지 멈추는지 감각조차 없었다. 이것이 나만의 행복이었을까? “자식을 낳아보면 알거라”던 부모님 말씀이 오늘따라 한없이 그립다.

이어서 ‘인생’이란 말이 저절로 다가온다. 인생이란 과연 무엇이겠는가? 인생이 그 무엇이든 간에 인생에 있어서의 승자는 최후, 또는 그보다 한참 뒤에 판명된다. 따라서 오늘이나 내일 당장 승자가 되려는 자는 패자일 수밖에 없다. 들길은 앞질러갈 수 있어도 인생길은 결코 앞질러갈 수가 없다.

오늘의 고향 어른들을 보자. 뼈 빠지게 일해서 공부시킨 동생들은 도시로 다 나가고 “못 생긴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속담이 생겨날 정도로 선산 지키며 부모님 모시고 살아온 오늘날, 고향은 그 어느 도시보다도 아름답고, 지키고 사서 보탠 땅마지기는 값이 올라 몇 억 원어치는 되는 수월찮은 재산가가 되어있지 않은가?

부모님 모시고 살아온 행복, 부모님처럼 살아가는 행복, 이것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행복, 이것이 인생이란 말이다.

나는 오늘, 신랑 신부를 축복하고 격려하려다가 되려 커다란 선물 하나를 받았느니, 그것은 앞으로 살아갈 내 인생에 있어서도 고향에 계신 어른들께서 보여주시는 대로, 살아오신 대로, 그렇게 또 그렇게만 살아간다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이것이 오늘 내가 고향 어른들 만나서 받는 좋은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향 어르신들이시여! 부디 강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소서! 그리고 신랑 신부여! 고향 어르신들과 함께 행복하여라. 이 땅의 아름다운 한 쌍의 꽃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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