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운 땅에 ‘사람’과 ‘정’이 건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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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운 땅에 ‘사람’과 ‘정’이 건너가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0.04.01 18:11
  • 호수 1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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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사람과 노도로 간 사람들 이야기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유명한 상주면 노도. 노도에는 그 옛날 몇몇처럼 누군가에 의해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처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노도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은 총 17명.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 살지만 언제나 사람소리가 그리운 사람들이 있는 섬. 그곳이 오랜만에 사람소리로 가득해졌다. 지난달 30일 훈련과 위험요소 제거, 방역 등의 이유로 일년에 한번씩 노도를 찾는 남해대대와 함께 여성예비군, 한려해상, 자원봉사자들이 각자의 목적을 안고 노도로 향한 것. 오랜만의 북적임으로 동네 잔칫날 같았던 그날의 노도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동행해봤다. <편집자 주>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유명한 상주면 노도. 노도에는 그 옛날 몇몇처럼 누군가에 의해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처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노도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은 총 17명.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 살지만 언제나 사람소리가 그리운 사람들이 있는 섬. 그곳이 오랜만에 사람소리로 가득해졌다. 지난달 30일 훈련과 위험요소 제거, 방역 등의 이유로 일년에 한번씩 노도를 찾는 남해대대와 함께 여성예비군, 한려해상, 자원봉사자들이 각자의 목적을 안고 노도로 향한 것. 오랜만의 북적임으로 동네 잔칫날 같았던 그날의 노도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동행해봤다. <편집자 주>

 

보름날이었다. 점심때가 되면 물이 빠지니 오랜 시간을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1시에 다시 배를 타야한다. 노도에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은 얼마되지 않는 시간에 촉박함을 느끼며 서둘러 짐을 챙기고 마을로 향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남해군자원봉사센터팀과 봉사자팀으로 나눴다. 센터팀은 가구를 돌며 주민생활실태를 조사하고 봉사자팀은 주민들을 위한 이미용 봉사를 하게 된다.

 

미용실 열리다

▲ 예쁘게 완성될 머리를 상상하며 흐뭇해 하는 어르신
이미용 자원봉사자들은 갖가지 도구를 챙겨 마을로 향했다. 높은 경사의 길을 따라 오르니 옛 분교 터가 있다. 이곳이 오늘 간이 미용실이 될 자리다. 탁 트인 운동장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멋진 경관을 선물한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미용실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오늘의 미용사들은 남해읍 헤어캐슬 이수자 원장과 송영옥, 조현정 씨. 미용사들은 빠른 동작으로 의자를 놓고 미용도구를 펼치며 손님을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분교로 향하며 중간중간 보이는 마을 주민들에게 미용실 홍보를 해놓은 까닭인지 세팅이 끝나자마자 첫손님을 맞게 됐다.

‘엄마, 엄마’하며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봉사자들과 그에 응해주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참으로 따뜻하다.

어르신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노도주민들이 머리를 하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이동이나 읍까지 가야한다고 한다.

배삯 등의 교통비까지 치면 다른 곳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머리 다듬는 데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동네가 워낙 가팔라 어르신들이 오르내리기 힘드니 한번 바다를 건너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그들의 입에서 연신 ‘고맙네’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옛 분교는 꽃분홍색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파마가 완성되길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마실장소가 돼있었다.

 

찾아가다

 

▲ 하춘심 센터장과 정희연 씨가 한 어르신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있다. 또한 이들은 어르신 집청소까지 해드리기도 했다.
남해군자원봉사센터 하춘심 센터장과 정희연 씨는 가구마다 나눠줄 선물들을 들고 마을 맨꼭대기 집부터 주민들을 직접 만나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힘들게 올라간 꼭대기의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여길 둘러봐도 저길 둘러봐도 집안에 좀처럼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집에 계신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반갑게 맞아준 어르신은 아까의 상황을 말하자 윗집들은 거의 빈집이고 아래쪽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고 전해주셨다. 생각해보니 13가구에 17명이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에 비해 집이 많긴 했다.

대화를 어느 정도 끝내고 다음 집으로 향하려고 하는데 어르신이 “들어오게, 들어오게”하며 보내줄 생각을 안하신다. 섬사람들도 많지 않은데 집에서는 그마저도 혼자 지내고 있기에 사람이 그리우셨던 모양이다.

 

분교에 모이다. 헤어지다.

 

다시 분교로 내려가니 아까까지만 해도 분교를 주름잡던 꽃분홍색 수건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다들 밑에서 진료를 해주는 군의관에게 간 모양이다. 하지만 머리 풀 시간이 되니 어르신들이 착착 순서에 맞게 분교로 다시 돌아오신다. 완성된 머리를 보니 탱글탱글 말려있는 게 모두 20년은 젊어보인다.

분교에 있는 자그마한 방에 마을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오붓이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다.

어르신들은 봉사자들이 떠나는게 아쉬운지 밖으로 나와 배웅을 하신다.

“잘가게, 고맙네” 첫만남부터 마지막까지 고맙다는 인사다. 배를타고 돌아오면서 뒤늦게 그들은 그 어떤 봉사활동보다 마을에 와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나눴던 그 자체가 그리 고마웠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노도의 섬사람들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서로를 의지하기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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