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을 돌아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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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을 돌아보고서
  • 문중근 재경향우(서면 작장리)
  • 승인 2010.04.22 17:49
  • 호수 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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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도 몇 사람의 벗님들과
의자왕 눈물 흘린 부여 땅 와서 보니
신천이 의구하다는 옛날말씀 실감난다.

백마강 묽은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니
그 많은 백마들이 수선들을 태우고서
강물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듯

그래도 한 가닥 단심을 지키기 위해
한 떨기 꽃이 되어 수선으로 변해버린
불쌍한 삼천궁녀들이 눈물 나게 한단다.

저 늙은 좌평들아 이제 그만 간언해라.
너희들 노인 냄새 더 이상 맡기 싫다.
가인의 향내 말고는 더 좋은 게 어디 있나!

충신의 충고말씀 듣기 싫어하면서
주야로 미희들과 질탕히 놀아나니
망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한 일 아닌가!
온조왕 개척하신 한강천리 옥토를
일조에 빼앗긴 채 남쪽으로 내려와서
근근이 지켜오다가 멸망하고 말았으니

너무도 허망하다 이럴 수가 있을까!
칠백년 이어오던 백제국의 역사가
삼천 명 수선님들의 통곡 속에 끝났구나.

한 많은 낙화암아 말을 좀 해보아라.
어째서 천년동안 말 한마디 없느냐?
수선들 흘린 눈물을 모르는 듯 하지마라.

한 동안 눈 감은 채 지난 일 새기는데
갈 때가 되었으니 일어나자 하는구나.
강물은 조용하건만 궁녀들은 안 보인다.

백마강 언저리의 주막집 찾아와서
시장기 면하려고 밥 한술 뜨게 되자
마음이 산란해져서 더 뜰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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