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생 좀 덜 하세요!”
상태바
“이제 고생 좀 덜 하세요!”
  • 김광석 기자
  • 승인 2010.04.22 17:59
  • 호수 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해읍 광포마을 수레부부에게 휠체어 전달

지난달 4일자 본지 194호 12면에 ‘당뇨병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위해 일년 전부터 수레로 남편 마실을 돕는 아내의 이야기’가 소개된 뒤 5일 만에 본지 대주주이면서 애독자인 장남인 전 재부남해군향우회장(덕인산업 대표·이동 정거출신)이 본사에 전화를 걸어 이 수레부부에게 전동휠체어를 하나 선물하겠다는 따뜻한 소식을 전해왔다.
이후 본지는 남해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자문을 통해 전동휠체어를 주문하고 휠체어가 다니기 쉽도록 여러 사람과 단체들의 도움으로 지난 9일 광포마을 수레부부의 집 흙마당을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작업을 마쳤다.
본지는 기본적인 환경개선 작업을 끝낸 지난 13일 오후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보내준 온정을 전동휠체어에 함께 실어 이 수레부부에게 전달했다.

창간 4주년 기념 Theme #1 - ‘나눔’
읍 광포마을 수레부부에게 전동휠체어를 선물하기까지
최악의 조건 속 마당포장공사 이뤄내 ‘흐뭇’
“장남인ㆍ김봉실ㆍ윤석자ㆍ송대성ㆍ김현표ㆍ하진홍 씨께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처음에 우리는 광포마을 수레부부에게 전동휠체어를 선물하겠다는 뜻을 전해온 장남인 회장의 온정을 잘 전달해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정작 일에 부딪혀보니 우리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전동휠체어의 구입처와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남해장애인종합복지관 송대성 관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송 관장은 본지의 보도를 보고난 뒤 곧장, 그러니까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이미 광포마을 수레부부의 집에 들러 이 부부가 어떤 조건에 처해 있는지 살펴봤다고 했다.
그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안 갖춰져 있다. 전동휠체어를 선물하기에 앞서 조건부터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차라리 전동휠체어를 주지 않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 최소한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곳곳에 있는 굴곡과 턱을 없애는 공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며칠 뒤 우리는 송 관장과 함께 수레부부의 집으로 가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동선을 살펴봤다. 최소한 전동휠체어를 보관할 곳에서부터 마당을 거쳐 골목길까지 나오는 동선만이라도 굴곡과 턱을 없애기 위해 흙마당을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산 너머 또 산
우리는 청남레미콘 김봉실 사장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다음 일은 콘크리트 포장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수소문을 하자 남면 우형마을에 사는 윤석자 씨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역시 사정을 듣고는 흔쾌히 승낙했다. 
며칠 뒤 청남레미콘(주)의 실무자가 필요한 레미콘의 양을 산출하고 작업여건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으로 나왔다.
그는 “레미콘의 양은 한대분(6루베)이면 충분한데 골목이 좁아 레미콘이 현장까지 접근할 수 없는 게 문제”라면서 “레미콘은 언제든지 요청하는 시간에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현장으로 달려온 윤석자 씨는 소형 작업차로 입구까지 실어 나른 다음 마당까지는 또 손수레로 실어 나르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러자면 콘크리트가 굳어버리기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펌프-카를 동원하지 않으면 어려운 공사인데 골목이 좁아 펌프-카는 접근할 수가 없어 보이고…, 한가지를 해결하고 나면 또 한가지 어려운 난관이 가로막았다.     
이번에는 건설업을 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주)금당 김현표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금새 달려온 그는 “펌프-카를 동원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면서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이어 달려온 사람은 펌프-카를 최대한 접근시켜보겠다면서 “내일 오후 1시에 올 수 있다”고 약속했다. 송대성 관장 또한 몇사람의 인력지원을 약속했다. 광포마을 이태우 이장도 돕겠다고 약속했다. 작업시간은 9일 오후 1시로 결정됐다.

■그치지 않은 온정들
9일 오후 1시 ‘만능’이라는 상호를 새긴 덩치 큰 펌프-카가 곡예 하듯이 좁은 골목길을 기어올라 발을 내리고 서는 데까지 겨우겨우 성공했다.
그러나 팔을 펼치려는데 이번에는 한국통신 전신주 쇠줄 지지선이 가로 막았다. 급히 하진홍 한국통신남해지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통신 현장출동팀이 현장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5분이었다.
쇠줄을 풀어 걷어놓자 펌프-카는 팔을 뻗치기 시작했다. 전봇대의 전선을 넘어 아슬아슬 팔을 뻗은 펌프-카는 수레부부의 마당에 레미콘을 힘차게 퍼 올리기 시작했다.
송대성 관장과 함께 온 자원봉사자들은 펌프-카가 퍼 올리는 레미콘을 마당 반대편까지 긁어 옮기느라 젖 먹던 힘까지 다했고 윤석자 씨는 수레부부의 마당을 매끈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콘크리트 반죽은 마치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순둥이 같기만 했다.       
일을 마치고 난 뒤 수고비를 건네려는 우리에게 윤석자 씨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제가 좋은 일 해볼 낍니까? 돈을 받을 것 같았으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말을 꺼낸 우리들을 오히려 민망하게 만들었다.

광포마을 수레부부에게 전동휠체어가 전달되기까지 도와준 모든 사람들은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오직 순수한 마음 그 자체를 다했다. 지난 한달간 우리 모두는 정말 행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