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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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구
  • 김 종도
  • 승인 2010.04.23 13:32
  • 호수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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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 도 수필가·본지 논설위원
‘친구’ 참 좋은 낱말이다. 오래 사귀어 정답게 지내는 벗을 ‘친구’라고 하는데 ‘친우’란 말도 있고 ‘벗’, ‘우인’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뜻이 약간씩 다르고, 세태가 변하면서 그 내용도 달라지는 듯하다.
‘친구’란 오래두고 사귄 벗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비슷한 아랫사람에 대해 가깝게 부를 때 일컫는 말이 되기도 한다. 또 ‘친우’도 친한 벗 또는 가까운 친구다.
그런데 ‘벗’이라고 하면 같은 사회적 처지나 비슷한 나이,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통해 친하게 사귀는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일이라든지,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이라도 벗을 위해서는 따라야 한다는 책무감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오래 두고 사귄 벗을 친구라 한다면 마음이 통하고 친하게 사람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벗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벗따라 강남간다(벗을 따라서는 먼길이라도 서슴치 않고 간다)’와 ‘동무따라 강남간다(가고 싶지도 않은데 동무에게 끌려간다)’란 말이 있지만 어떤면에서는 같은 듯하고 자의냐 타의냐의 차이도 있다.
‘동무’란 언제나 친하게 함께 어울려 노는 사람이란 뜻과 함께 어떤 일을 하는데 서로 짝이 돼 함께 일하는 사람이란 내용과 또 뜻을 함께하고 가깝게 지내는 벗으로 ‘동지’란 말과 같이 쓰이기도 한다.
그 외 삼강오륜의 하나인 ‘붕우유신(朋友有信)’에서 ‘붕우’란 단어도 나오고, ‘붕지(朋志’, ‘붕집(朋執)’, ‘친붕(親朋)’이란 말도 친구와 함께 쓰이는 말이다. 친구에게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내용은 ‘신의(信義)’다. 앞에서 말한 붕우유신에서 벗의 도리는 ‘신의에 있다’라고 했듯 믿음이 깨지면 친구도 동무도 벗도 아니다.
흔히들 우리는 우정을 논할 때 ‘관포지교(管鮑之交)’를 예로 든다. 즉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의 사귐이란 뜻인데, 서로 이해하고 믿으며 정답게 지내는 우정을 나타내는 고사성어로 중국의 사기(史記)인 관요열전(官窯列傳)에 나온다. 중국 제나라 때 포숙은 자본을 대고 관중은 경영을 담당해 동업을 했으나 관중이 이익금을 독차지했다.
그런데도 포숙은 관중의 집안이 가난한 탓이라고 너그럽게 이해했고, 함께 전장(戰場)에 나아가서는 관중이 세번이나 도망을 했는데도 포숙은 그를 비겁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에게는 늙으신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그럴 변명했다.
이와 같이 포숙은 관중을 끝까지 믿어 그를 밀어 줬고, 관중도 포숙을 가리켜 ‘나를 낳은 것은 부모지만 나를 아는 것은 오직 포숙뿐이다’라고 했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
그 외에도 친구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참 많다. 벗 사이의 변치 않는 두터운 사귐을 일컫는 맑고 높은 뜻이 배어있는 ‘지란지교(芝蘭之交)’가 있고, 친구사이의 우정을 이루는 말에 이인동심(二人同心)의 뜻으로 두사람의 마음이 같으니 ‘그 예리함은 금석(金石)을 자를 수 있고, 같은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그 향기가 란(蘭)과 같다’고 한데서 나온 말인 ‘금란지계(金蘭之契)’가 있다.
그리고 최고의 우정을 나타내는 말은 ‘문경지교(刎頸之交)’가 아닐까 생각된다. 즉 죽고 살기를 같이하며 목이 떨어져도 두려워하지 않은 만큼 친한 사귐 또는 그런 벗을 말한다.
또 보통의 말로서 ‘막역한 사이’, ‘허물없는 사이’란 뜻의 ‘막역지교(莫逆之交)’도 있는데 결론적으로 친구나 벗의 사이에서는 신의가 절대적이며, 보이지 않지만 항상 언행에 주의해야 하고, 상대를 속이지 않으며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젊었을 때는 친구가 절대 우선이다. ‘부모팔아 친구산다’란 말도 있다.
동기 동창회나 동갑계(나이가 같은 사람들끼리의 친목단체)의 뒷풀이로 노래방에서 즐기는데, 나오는 노랫말 중에서 친구란 단어가 들어간 노래가 1천여곡이 넘는다고 한다. 무조건 친구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족이 우선되고 자기 중심적이 되면서 친구는 약간 멀어지다가 또다시 생각나는 것이 친구다. 그렇다면 내 주변에 과연 몇 명의 친구, 벗, 동무가 있을까? 아니면 있느냐? 없느냐? 까지도 생각해본다.
가장 좋은 친구는 ‘부부’다. 그 다음으로 그 어떤 것(과거와 현재의 학력, 재력, 직위 등)도 여기지 않는 순수한 동무가 있어야 삶이 보람을 느끼고, 살아가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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