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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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딱지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5.07 14:53
  • 호수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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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영 희 독일마을주민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걷자니 읍 초등학교 앞에서 2학년 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어린이 안전 지킴이 어르신 한분이 말리려 애를 쓰시는 모양이다.
“천 원 한 장이 있으면 새 딱지 사고 싸움은 그만 둬라 하고 줄 텐데…….”
한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 것 달라 하고 있고 상대아이는 그냥가려고만 하는데, 곁에 있는  두 아이들이 달라는 아이에게 딱지를 돌려주라 하다가 결국은 가려던 아이와 서로 멱살까지 잡고 만다.
 “자기 것이 아니면 돌려 줘야 되지 않나?” 아이들을 떼어 놓으니 가려고만 하던 아이가 딱지는 자기 것이라 한다.
딱지놀이 중 강한 바람에 날려 온 것을 주운 그 친구 말은 자기에게도 똑같은 것이 있었는데 며칠 전 없어졌다고 그 딱지는 자기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돌려 달라는 친구도, 곁의 친구들도 ‘바람에 날려 간 것일 뿐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딱지이다’ 한다.
“그럼 싸우지 않게 아줌마가 가져도 될까?”  딱지를 받은 내가 제안을 한다.‘그래도 된다’와 ‘안된다’로 다시 나뉘고 나는 딱지의 가격이 궁금해졌다.
딱지 일곱 개 들어 있는 봉지 하나가 삼백 원이란다. “그럼 친구들이 싸우고 있는 이 딱지 하나 값은 얼마일까? ”
의견이 분분하다. 나누기 셈을 아직 안 배운 친구들이다. 더 정확히 맞춘 친구가 딱지를 갖기로 합의를 보았다. 삼십, 오십, 백.. 어느새 서로 함께 열심히 답을 연구 한다.
“아~하!” 탄성후 다시 고심하는 친구도 있다. 좀 시간이 지난 후, 답 발언권을 가진 하나는 이십오 원을 정하고 다른 하나는 오십 원을 정했다.
이십오 원을 일곱 번 더해 보니 백칠십오 원이고 오십 원을 일곱 번 더해보니 삼백오십 원이다.
그렇다면 한 봉지 값 삼백 원에 더 가까운 답은 칠십오 원의 차이로 딱지 하나를 오십 원으로 잡은 친구의 것.
결국 ‘눈물글썽’ 친구가 딱지를 차지했는데 아이들 모두의 눈빛이 초롱초롱해 보였다. 딱지 하나 값을 오늘 더 연구해 보라고,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고 슬쩍 덧붙이며 돌아서는 나도 흐뭇했다.
그런데 우리네 일상이 가끔은 내 딱지 싸움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꺼야, 내 것 돌려줘, 아니 내건 데 왜 네가 그래, 나한테 있던 거야, 우리가 봤어, 바람에 날렸는데 네가 주워 갔잖아…
딱지의 가치를 헤아려보는 나눔 셈을 해보면 어떨까?
딱지놀이도 즐겁고 나눔 셈도 흥미로워지는 반면, 화가 나 누군가의 멱살을 잡게 되는 경우는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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