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나도 까만 몽돌 되렵니다
설물 때 싸~악, 밀물 때 싸~악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모가 닳아 없어진
물건항 바닷가 몽돌 해변에
까만 몽돌 되렵니다
바닷물이 와르르 손 발 씻어주고
갯바람이 살랑 살랑
얼굴을 말려주며
헤조음 따라 노래 부르고
방조어부림 벗삼아 소굽질 하는
몽실 몽실 까만 몽돌 되렵니다
바람 불어 태풍이 파도 치고
비가 와도 홍수가 밀려 오며
멸치떼 몰려와 놀이터가 되어도
서로 서로 부대 끼며 세련되는
의리있는 까만 몽돌 되렵니다
천년 만년 영겁의 세월 따라
몸뚱아리는
반질 반질 닳고 닳아도
영혼은 변하지 않고 살아 숨쉬고
이끼 끼지 않고 광채 빛나는
영원히 변치 않는
까만 몽돌 되렵니다
물건항 바닷가 까만 몽돌같이
나도 까만 몽돌 되렵니다
이기평 시인
남송마리나 피싱리조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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