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그림 속에는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상태바
아기자기한 그림 속에는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6.10 15:25
  • 호수 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할머니, 어디가요? 앵두 따러 간다 / 조혜란 그리고 씀 -

우리 삼형제가 하루를 잘 보내고 잠자리에 들 준비가 끝나면, 나는 아이들이 가져온 그림책 한권씩을 읽어준다. 우리 집은 씻는 순서가 책 보는 순서이다.
이날도 씻은 순서대로 책을 읽어주는데 둘째 윤수가 들고 온 책을 먼저 읽어주고, 그다음은 막대 재훈이. 마지막은 첫째.
성민이에게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할머니, 어디가요? 앵두 따러 간다>를 읽어줬다. 읽어준 것이 아니라 성민이와 머리를 맞대고 책을 구석구석 보고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책을 덮었을 때, 윤수 왈 “엄마, 왜 형아는 책을 오래 봐?” 심통이 난 윤수의 말을 듣고 시계를 보니 거의 40분 넘게 본 것이 아닌가. 그림책을 아이와 키득거리며 본 것이 얼마만인지.
그림책<똥벼락>에서 그림을 그렸던 작가 조혜란 씨가 그림책을 냈다. 직접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는데 아기자기한 그림 속에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다 들어 있다.
앞표지를 넘기면 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이야기 속 인물들의 소개가 자세히 나와 있다. 그림책 속에는 작은 그림 하나 허투로 그린 것 없이 표정이 살아 있고 이야기가 있다.
<할머니, 어디가요? 앵두 따러 간다>는 옥이네 여름 이야기이다. 찌르레기 우는 여름날에 맛난 반찬, 귀한 반찬 하러 들로 산으로 갯가로 뛰어다니는 일곱살 옥이와 옥이 할머니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여름에 나는 열매, 농촌에서 하는 일 등을 면마다 정말 알차게 잘 그려져 있어 그림을 따라가기 바쁘다. 작가가 글도 쓰고, 자기의 생각을 그림으로 잘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옥이와 할머니는 앵두술, 오디술을 담아 시장에 내다 판다. 시장 속 풍경을 보고 있으면 보고 있는 내가 직접 장에 간 것처럼 볼거리가 정말 많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지만 엄마인 나에게는 어릴적 엄마 손잡고 시장에 갔던 즐거운 한때를 기억하게 한다. 아이와 장터에서 파는 물건, 사람들의 행동, 표정이 잘 나타나 있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는 재미도 쏠쏠한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지역이 궁금했다. 바다와 접해 있고, 마늘도 나오고 해서 남해가 아닐까? 성민이와 이야기를 하다 시장 그림 속에서 '서산'이란 명칭을 보고 아쉬워했다.
이 그림책 앞에 나온 <할머니, 어디 가요? 쑥뜯으러 간다 / 봄이야기>, <할머니, 어디 가요? 굴 캐러 간다 / 겨울이야기> 등은 어린이 잡지 개똥이놀이터에 연재돼 나오던 것을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작가가 서산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그림책으로 표현해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는 어떤 열매, 나물이 있는지 궁금하고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이해가 생기는 것 같다. 우리도 산으로 오디 따러 가야 하겠다.

이 영 애
(어린이책시민연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