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더 화사한 모습으로
상태바
꽃보다 더 화사한 모습으로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6.10 15:32
  • 호수 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이 정
본지논설위원·읍 심천

끝내 오지 않을것 같던 여름이 왔다.
봄은 무엇이 아쉬운지 계절의 끝자락을 잡고 사나운 심술을 부리더니 슬며시 꽁무니를 감추고 말았다.
길었던 지난 봄에 우리 가정에는 아주 큰 일이 있었다.
올해의 이 계절 날씨처럼 항상 내가 품고 있을 것만 같았던 그리고 언제나 어린아이로만 있을 것 같았던 큰 아이가 가정을 꾸리고 분가를 했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떼를 쓰며 칭얼거리던 어린놈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여름처럼 슬며시 다가와 있었다.
혼사를 치루면서 나는 정말 감회가 깊었다. 잘 커준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였고, 착하고 예쁜 며느리가 자랑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편을 생각하는 내 마음이 달라짐을 느낀다.
삼십여년 동안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같은 일로 웃고, 같은 일로 울던 사람이 남편 말고 내게 또 있을까…
어렵고 힘든 시절을 용케도 잘 견디고 큰 일을 함께 했다는 기쁨과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함께 할거라는 믿음이 합해져서 사랑하는 마음은 배가 되었다.
봄에 꽃보다 더 화사한 모습으로 우리에게로 와서 가족이 되어준 며느리에 대한 마음 또한 남다르다.
‘아빠…엄마…’부르며 들어오는 그 아이는 영락없는 우리 딸이다.
나이드신 어르신들께서 며느리는 시어미가 낳는다는 말씀을 하신다.
우리 며느리 또한 내가 낳은 내 딸인 모양이다. 식성도 같고, 잠도 많고, 천하태평인 마음도 같다.
무엇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젓가락질하는 모양까지 닮았으니 전생의 인연이 없고서야 이생에서 어찌 부모 자식의 연을 맺을 수 있었으랴…
지인께서 그댁의 혼사를 치루고 나서 내게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이상하게도 며느리를 얻고나니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세상 살맛이 나시드라고…
‘그래요?’하며 웃고 말았지만 내가 겪고나니 그 이유를 알것 같다.
이 세상에 내 편이 한사람 더 늘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아들을 나와 함께 사랑해 줄 고마운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