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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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여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6.17 14:14
  • 호수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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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마을 석숙자

푸르름이 나날이 짙어 녹음의 향내 가득한 한해의 절반 유월이다. 여름의 길목에 서서 한번쯤 되돌려 생각해 하는 달이다.
물오른 나뭇가지마다 햇빛 찬란한 잎사귀들..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 한 송이 는돌봐주는 사람 없어도 그 생명력으로 자라 꽃을 피워 지나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준다.

지금 나의 정원에는 꽃들이 나름 대로 그 아름다움을 뽐내며 만발해 피어있다. 삼각테라스와 타원형의 아치에는 나의 넝쿨장미가 향기를 뿜어내고, 작약이 수줍음을 담고 활짝 피었고 산나리가 노란 삼각 잎을 피워 도도함을 자랑하고 수국이 큰 꽃송이에 꽃을 피우기 시작할 때면 나는 누구엔가 그리운 사연의 편지를 써 보내고 싶어진다.

달무리 유난히 짙은 휘영청 보름날 밝은 밤.
별빛 쏟아지는 아름다운 저녁. 문득 쳐다본 나의 정원의 꽃들! 달빛을 받아 그 매혹적인 황홀감에 순간 가슴속깊이 짜릿한 전율이 스쳐 지나간다.

사랑하는 나의 꽃들이여. 우리들의 희로애락의 삶속에 나는 늘 나의 꽃들과 대화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한치 앞도 모르고 사는 우리들. 그저 오늘을 만족스럽게 살면 바른 생각과 건강한 몸으로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나의 넝쿨장미는 지금부터 피어 늦은 가을 찬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고 지고 계속 꽃을 피워 나를 즐겁게 해준다. 작은일 하나에도 항시 고마움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잠시 왔다 잠시 가는 우리네 인생. 산천은 나를 보고 욕심 없이 살라하네. 푸르디 푸른 유월의 하늘을 쳐다보니 독일에 있는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가 생각이 난다.

초여름의 상쾌한 바람이 불어 담벼락에 피어있는 해당화의 고혹적인 향내가 지나가는 길손의 코끝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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