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마다 새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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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마다 새 정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6.17 14:24
  • 호수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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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관 호

서 관 호
시인·본지논설위원

남해는 위대하다. 고향이 자랑스럽다. 삼부요인의 한사람인 국회의장이 남해에서 나왔다. 경상남도 지사도 나왔다.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박희태 국회의장 당선과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당선을 내외군민과 함께 축하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군내의 군수, 도의원, 군의원은 물론 객지에서 당선을 일궈낸 향우 당선자들께도 축하를 드린다. 그리고 낙선한 후보들께도 위로와 아울러 선전에 박수를 보낸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일상을 넘어서는 어떤 중요한 일을 할 때마다 반드시 일정한 의식행사를 치렀다.
먼저 머리를 깎거나 감고 가다듬었다. 겉 머리를 맑혀야 속 머리도 정갈해지는 것은 오랜 경험에 의한 상식이라고나 할까?

다음엔 목욕을 했다. 목욕재계(沐浴齋戒), 단순히 몸만 씻은 것이 아니라 부정을 타지 않도록 몸가짐을 가다듬었다. 그러니까 부정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가지도 않았고, 부정하다고 생각하는 짓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새 옷을 갈아입었다. 그것도 흰옷이었고, 빳빳하게 푸새를 해서 다림질을 한 신선 같은 옷이었다.
이렇게 해서 맑히고 또 맑힌 정신으로 맑고도 맑은 정화수를 떠 놓고는 맑고도 맑은 하늘에다 빌었다. “어쨌거나 이번 일은 하느님 뜻대로 해”달라고.

군내 선량(選良)들에게 말하고자 한다. 제발 하느님 뜻대로 해달라고. 하느님 뜻이란, 위에서 본 온갖 정성을 다해서 비는 백성의 마음이다. 그들의 소원이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 하지 않았던가?
옛 군주국가의 왕도는 곧 이 천심의 파악과 실천이었다. 이와 같은 임무가 여러 선량들에게 나뉘어져 있는 체제를 가리켜 소위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 아닐까? 그 책임의 막중함이 뼈에 사무쳐야 한다. 선량들에게는 누구도 이 천심을 받들지 않을 어떠한 권한이나 지위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량들은 천심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물론 알아야 하겠지만 천심의 발동부터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일마다 새 정신! 백성들의 순수하고 정갈한 마음처럼 일마다 머리 깎고, 목욕재계하고, 새 옷 갈아입는 과정처럼 온갖 정성을 새로이 쏟아서 착수하는 입지(立志)의 과정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동제를 모시던 제관의 집례와 동민의 행동거지를 배워야 하고, 송아지 한 마리를 낳아도 밤새 불을 밝히고 뜬눈으로 날을 새우던 조상님들의 인의를 닮아야 하는 것이다. 닥치는 대로 처치해버리는 막무가내 짓거리나, 내동댕이쳐지는 쓰레기의 모습이어서야 어찌 선량이라 하고 선도(仙島) 남해인이라 하겠는가?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도 연륜을 거듭하였고, 잘못된 정치와 행정이 모래성을 쌓았다가 허물기도 수차례! 이제는 겉바르고 속 비운 껍데기는 날려 보내고, ‘부자남해’라는 군수의 공약처럼, ‘인구증대’라는 도의원의 공약처럼 알을 꽉꽉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 중 전국에서 가장 흔한 공약이 ‘명품도시’였다. 명품도시가 뭔지 알기나 하는 건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디 재개발이니, 어디 교통시설이니 하는 것들뿐이었으니 하는 말이다.
경제위기는 밥 먹듯이 찾아오고, 병든 노인들의 신음소리가 고을을 흔드는가 하면, 오염된 샛강이 명치끝으로 치닫는 줄도 모르고 겉발림이 명품인 줄 아는 일부 모리배가 당선되지는 않았으리라 믿지마는 우리고장 선량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약은 대수 아니다. 본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일 수도 있다. 정책분석의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갈아엎어야 한다. 자신의 공약을 재검토하고, 낙선자의 공약까지도 수용하여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작은 것부터, 돈이 덜 드는 것부터, 널리 혜택이 돌아가는 것부터, 근본적 해결책이 되는 것부터, 겉발림보다는 속을 채우는 것들부터 해나가되, 낙선자, 반대자, 약자, 소수의 의견까지도 눈길을 주어가며 다독이고 보듬어가는 행정이 지방자치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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