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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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정서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7.01 16:58
  • 호수 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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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현 재
본지논설위원
남해초등학교 교사

호국보훈의 달인 유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6월 25일, 뉴스에서는 요즘 청소년의 절반이 6.25한국전쟁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으며, 성인 남녀의 삼십 퍼센트 이상도 잘 모른다는 통계조사를 보고 큰 걱정으로 다가온다.

2010년 유월은 우리나라가 비록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행복한 날이었다. 모두가 하나되는 붉은 물결을 보고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가를 느끼는 날이었다. 그리고 네티즌이 만드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한결같이 대한민국 축구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축구는 변화에 성공하여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 지구상 생명이 있는 것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탄생과 성장, 소멸을 거듭한다. 그래서 미래의 희망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엄청나다. 훗날 이 아이들이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는 아이들의 교육환경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물질적인 풍요는 앞서는데 정서적인 풍요와 가치관이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간 시간이다. 운동장, 골마루, 뒤뜰을 돌다 보면 간혹 연필, 지우개, 실로폰 등을 줍게 된다. 수거장에 가면 쓸만한 학습도구들과 종이류들이 버려지기 일쑤이다. 떨어진 연필을 주워 주인을 찾아도 없다. 심지에 교실에 떨어진 연필도 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냥 줘도 제 것이 아니라고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없으면 집에가 사달라고 할 거라고 한다. 풍족한 생활 때문인지 제 물건에 대한 애착심과 절약정신이 희미해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우며 언제부터 우리생활이 이렇게 풍족했는지 의구심이 간다.

어디 그 뿐인가? 골마루에 우유팩이나 종이가 떨어져 있어도 보고 지나친다. 얘야 저것 좀 주우렴 하면 제가 버린 것이 아닌데요 한다. 아이들 마음이 너무 인색하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실천행동이 뿌리를 내지리 못한 것 같다. 인성과 덕성교육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문득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봄소풍을 다녀온 뒷날 통학로에 떨어진 새끼줄과 휴지를 주웠는데 멀찌감치 그 모습을 지켜본 교장선생님께서 전교조회 시간에 조회대로 불러 칭찬을 해주시고 선행어린이 표창까지 주신 기억이 난다. 속으로 별것도 아닌 것을 전교생 앞에서 칭찬을 하여 너무 부끄러워서 혼나는 줄 알았다. 그 후 아이들 사이에서 새끼줄 하나 줍고 선행 어린이 됐네 하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즐거운 놀림감이라 개의치 않았다.

아이들의 언어생활 모습을 본다. 디지털 게임문화 때문인지 스스럼 없는 말도 한다.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거침없이 나오는 상스러운 말과 행동을 지켜볼 때 등골이 오싹하기도 한다. 말은 내 뱉으면 담기 어려운 일인데 번쩍이는 날이 선 말들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고 한다. 저러다 말꼬리를 물고 다툼이나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 듯이 잠잠하다.

심지어 사이버학습을 할 때 주고받는 쪽지를 보면 아이들의 정서가 얼마나 왜곡 되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산딸기를 따먹고 찔레 순을 꺾어 먹는 자연을 통한 정서 살리기보다 기계문명 디지털 오락문화가 아이들의 마음 밭을 사막화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서 6.25한국전쟁은 60주년을 맞았다. 전쟁직후 그 어려운 상황을 참고 견디며 오직 절약이란 생활로 살아온 어른들의 생활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옛말에 귀한 자식은 매를 한대 더 주고 미운 자식은 떡을 한 덩어리 더 준다고 하였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들은 분명히 보물중의 보물이다. 하지만 보물도 바르게 닦고 다듬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귀하다고 무조건 아이들만 위할 것이 아니라 잘잘못을 가려서 올바른 생활태도와 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밝게 하고 지구촌의 리더가 되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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