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꿈틀거리는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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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꿈틀거리는 갯벌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7.15 17:02
  • 호수 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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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한려해상국립공원 사천분소장)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포함한 섬과 내만을 포근히 감싸 안고 있는 검붉은 진흙 속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갯벌은 불과 십수년전만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땅,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 또는 동네 아낙네들이 뻘배로 불리는 널판배를 밀며 조개를 줍고 낙지를 잡는 그저 그런 곳으로만 여겨졌었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매립해 농경지로 활용하거나 공업단지로 만든 후 지도를 바꾸는 기적을 이루었다고 종종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던 땅이었다.

서ㆍ남해안은 리아스식 해안의 특성상 수많은 갯벌지대가 분포해 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늦어진 해양개발 덕분에 비교적 많은 갯벌지역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전돼 있어 캐나다 동부, 미국 동부와 북해연안, 아마존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며, 순천만과 보성벌교 갯벌이 국내 최초로 습지관련 국제기구인 람사(RAMSAR)협약에 등록됨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습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곳 사천만과 창선 동대만 갯벌이 살아 있다.

갯벌은 언뜻 보기와는 다르게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서로 어우러져 생활하고 있다. 갯벌 생물 중 우리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갯지렁이로 미세한 털이 많아 다모류(多毛類)로 분류되며 부지런히 갯벌의 유기물을 먹어치워 분해된 배설물로 갯벌을 비옥하게 만드는 갯벌의 청소부이자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갯벌에 다가가면 부산하게 움직이며 반겨주는 갑각류인 달랑게, 칠게, 농게, 콩게, 밤게, 집게 등은 바닥 깊숙이 구멍을 뚫고 집을 지어 갯벌이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바닷물이 깊숙이 들어갈 수 있게 한다.

바닷물을 여과해 깨끗하게 해주는 조개류인 고막, 백합, 개량조개, 갈맛조개, 피조개, 바지락, 맛조개, 동죽 등이 바닷물을 머금고 있고, 이에 뒤질세라 댕가리, 갯비틀이고둥, 참고둥, 우렁이, 대수리도 한몫 거든다. 입맛을 다시게 하는 낙지, 쭈꾸미, 문어, 개불과 주변에서 뛰어노는 망둑, 밴댕이, 전어, 농어, 숭어, 황복도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종이다.

갯벌은 생태학적 환경에서 보면 대단히 열악하고 극단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루 2번 밀물과 썰물이 발생해 햇빛에 노출되며 대부분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 있어서 염도 차이가 커 일반 생물은 이런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죽어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 자기만의 터전을 만들고 서식하는 갯벌 생물들의 질긴 생명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갯벌 1ha는 ‘연간 4천만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고, 1㎢의 갯벌에 사는 미생물은 수백억원의 하수종말처리장 1개와 같은 정화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첨단공법의 방파제보다 더 안전하게 세찬파도를 달래준다는 분석’에서 보듯이 갯벌의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태평양을 횡단하는 철새에게는 일용할 양식을 주는 식탁이며, 갯벌 속에 사는 다양한 생물은 지역 어민에게 천혜의 자연양식장을 선물해준다.

우리나라도 최근 갯벌이 관광지로 각광받으며 각종 갯벌을 체험하는 행사들이 우후죽순 펼쳐져 갯벌생태계를 심하게 교란시키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늦게나마 갯벌체험을 허가제로 바꾸고 갯벌이 훼손되는 개발사업은 같은 면적의 대체습지 조성을 의무화 시키려고 하는 등 갯벌보존에 힘쓰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도 꾸준한 생태계 조사모니터링과 자연자원조사 등을 통해 해안생태계를 조사하고, 개발행위를 억제하는 등 이에 따른 지속적인 보호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이 갯벌은 다양한 생물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많은 것을 베풀어 주고 있다. 개발논리에 의해 이미 파괴된 곳은 어쩔 수 없지만 남은 갯벌만이라도 우리의 힘으로 지켜내어 풍요로운 자연자원을 미래의 후손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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