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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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미학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7.15 17:23
  • 호수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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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주

(본지 논설위원, 창원지방법원남해군법원 조정위원)

남해군내 모고등학교에는 매년 3월초 입학식에서 학업성적이 우수한 20여명의 신입생들이 다양한 장학금을 받고 저마다의 꿈과 희망에 부푼다. 그 가운데서도 재경향우인 모교 졸업생이 최우수입학생에게 지급하는 개인이름을 딴 장학금이 있는데, 교직원이나 학부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학금을 내놓는 독지가가 자영업자로 성공한 상당한 재력가로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장학금만 매년 전달받았을 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인지 인적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 개인적인 일로 학교에 들렀을 때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랜만에 귀한 손님 한 분이 학교를 다녀간 얘기를 전해 들었다.
오십대 후반의 자그마한 체구에 허름하나 단정한 옷차림으로 학교를 찾아오신 분은 매년 장학금을 보내주시는 그 독지가 였는데, 모처럼 고향선산을 돌아보고 처음으로 학교를 찾아 장학생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그 분은 고향을 떠나 경인지역에서 조그만 이발관을 경영하는 분으로 그렇게 넉넉한 살림살이도 아닌 것으로 보여 교장선생님께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매년 고향의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보내줌으로서 세상을 밝고 훈훈하게 만들어가는 그 뜻에 고개를 숙인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칠순할머니의 장학금 쾌척, 행상할머니의 평생 모은 돈 5억 대학기부 등 어려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도 미래세대를 위한 기부활동이 이어지는 것을 종종 본다.
남해군에서도 후학양성을 위하여 펼치고 있는 향토장학금 모금운동에 농촌의 할머니로부터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후원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장학사업은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소중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가슴에 품은 넓고 큰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회 저명인사나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의 성공담에서 학창시절에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는 것도 장학사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 같다.
근래에 우리사회는 경제성장과정에서 물질적인 빈곤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빈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장학사업은 특히 이러한 상대적 빈곤층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고 희망을 찾아 주는 계기가 되어 사회적인 갈등을 예방하고 해소하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우리사회는 경제발전에 따른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세상이 많이 각박해진 것 같지만 나누어 주는 기부문화가 자연스러워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시민의식이 성숙하여 장학사업을 비롯한 기부활동을 단순히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부 풍족한 사람들의 자선사업이거나 기업에서 실시하는 사회환원사업으로 보는 그 동안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부활동은 깨어있고 앞서가는 시민의식이라는 인식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는 땀 흘려 열심히 일해 모은 돈을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을 느낀다.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생활에서 베풀고 나누는 나눔의 미학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천함으로서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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