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있는 에세이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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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있는 에세이 ‘봄날은 간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07.23 15:49
  • 호수 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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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기의 남해이야기

가요무대는 kbs 장수 프로로   근 30년 가까이 우리 한민족의  가슴에 애환을 스미게 하고 있다.
가요무대는  우리 나라에 사는 사람들 보다  타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더 많이 즐겨 듣고 보는 프로이다 . 배철수가 진행하고 있는 7080 콘서트가 50대를 전후한 사람들이 참가하는  프로라 한다면  가요무대는 이제 장 노년층이  주로 시청하는 프로로 보아진다.

대중가요는  음악성이나 애호하는 계층을 넘어   우리에게 이제 생활이다. 생활에 너무 가깝게 친근해 진 한 부분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치고 대중가요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록이나 팝 째즈에 비하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중가요- 트로트는 신선감은 덜 주지만  한민족의  깊은 가슴에 스민 한(恨)을 끈끈히  지니고 있다.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뛰어난 문학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우리 생활과 민족의 가슴에  깊은 한과 서정를 담고 동시대의 삶과 모습을  그려오고 있기에 그 생명력은 끈끈하고 길다.
해방 전의 노래는 우수를 담고 민족의 설음을 달래주었다 . 채규협의 희망가,  이애리수의 황성옛터 고복수의 타향살이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그런 노래다 . 해방의 기쁨을 가슴에 전해준  이인권의 귀국선 “돌아오네 돌아오네 고향산천 찾아서..‘’는   경쾌하고 희망을 부풀게 하는 노래다. 현해탄과 태평양의 물결을 넘어오며 귀국하는 뱃머리 하얀 옷소매에는 광복의 깃발이 펄럭이었다. 

50년대는 분단의 탄식과 전쟁의 상흔을  절절히 노래로 달래 주었다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판자촌과 피난살이를, 남편을 전쟁에 보내고 기원하는 심연옥의 아내의 노래는6.25의 아픔을 ,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는 남북 이산가족의  혈육의 정을,  한정무의 꿈에 본 내고향, 백년설의 나그네 설움은 망향의 그리움을 애잔히 남기는 노래다. 

1960-80년대  힘들었던 개발연대는 mp3도 cd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공장에서 라디오로 노래를 들었다 거기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남진의 가슴 아프게...를,  비가 내리는 날엔 패티 김의 ‘가슴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 칠때…’ 초우를 들으며 공장 기숙사와 전방부대 막사에서 노래로 마음을 달랬다.

그들은  70년대를 살며 80년대의 꿈을 키워 왔다. 창밖의 여자 조용필의 장엄한 열창을 들으며  낭만에 젖고 꿈을 꾸었다. 매혹의 소리 돌아가는 삼각지를 부른 배호의 요절을 잊지 못하며 그리워했다. 청춘을 보내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 대중가요는  이렇게 시대와 사람의 모습을  반영하여 흥을 거리는 생활예술이다.
지금은 정보의 시대  전자기기가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시대 흐름 따라 노래의 색깔이 달라지고  멜로디도  빠르고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가슴속 깊이 스며있는 한이 유전되어 오는 이 가요는 영원히 전승되어 갈것이다.

이제 김치냄새가 촌스럽지 않듯 우리 유산 전통가요도 당당히 세계의 바다  파도를 타고 구가하며 갈것이다. 우리 한 민족이 지구 마을 마다마다에 살고 있는 한.
우리 남해에도 해방이 되자 일본에서  살다가 귀향하는 동포들이 돌아오네 돌아오네 하며 귀국선(이인권노래) 노래를 부르며 현해탄을  건너왔다. 6,25 전쟁때에는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기다리는  우리  남해 어머니들이  아내의 노래( 심연옥 노래)와  봄날은 간다( 백설희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쌈을 하고 다랭이 밭에서 김을 매었다 . 격동의 시대에 가족을 돌보며 시집을 살던 우리 어머니들이  마음을  달래주던 노래였다.

이 노래의 여운은 금양호 타고 부산가던 노량부두와, 여진호 타고 여수가던 서상부두, 미조항, 창선 뱃머리, 금산 일월봉 산마루에도 남아  들리는 듯 하다.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찰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
 
위 노래는 손로원이 짓고 박시춘 작곡 백설희가 노래 했다.
‘봄날은 간다‘는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  청춘을 회상케하는 노래가 되었다 청아한 목소리 속에 일렁이는 恨을 담은 노래, 이 노래를 불렀던 가수 백설희< 본명 김희숙>씨가 지난  2010년 5월 5일 83세로 타계하였다.

50-60년대 최고스타였고 항상 곱게 보이던 대중문화 명가의 안주인이던 백설희 님은 신록도 싱싱한  이 봄날  봄날처럼 살다가 떠나시었다. “봄날은 간다”는1953년 대구 유니버살 레코드를  통해  발표되었다  이 노래는 한국전쟁후  남편과 가족을 위한 희생에  심신을 달래야 했던  당시 여성들의 애상을 담담히 풀어 냈다.  이 노래의 생명력은 후배가수들이 앞다퉈 증명했다.

이미자, 조용필, 나훈아, 이동원, 하춘 화, 최헌, 심수봉, 장사익, 한영애 등이 리메이크 했으며 영화도 만들어 졌다. 계간지 “시인세계”가 시인 100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노랫말을 조사한 결과  압도적 지지를 받아 1위로 오른 것이 이“ 봄날은 간다” 이다.

평론가 최규성 님은 이 노래는 격변의 역사를 견디내며 살아가던  한국의 고전적 여인상이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했다.  하얀 백설처럼  그러면서도 하얀 목련 꽃잎처럼 들리는 독특한 힘이 배인 백설희 님의 목소리는 심금을 울린다.

백설희 님은 가고  “봄날은 간다” 는  남아 있다. 산제비 넘나드는 시골 길,  꽃이 필 때 맹서하던  봄날, 실없는 기약이라 할지라도 꽃편지를 주고 받던  연정을 우리 모두의 청춘을 대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수채화처럼 맑은 저 하늘에  봄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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