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이 기 평 시인
남송가족관광호텔 대표
친구의 영전에
친구야
소주 한 잔 더 하자구나
먹던 소주는 어떡하라고
나 혼자 마시라고 너만 먼저 떠나니
북한산 정상 바위 그늘 아래
<봄처녀> 뽐내고 부르던 봄 날에도
소주로 목을 축여야지
지리산 뱀사골 민박집에서
세상을 논하던 그 여름 밤에도
도토리묵에 소주로 간에 기별해야지
설악산 공룡능선 칼바위에 앉아
자식들의 미래를 걱정하던 단풍든 가을에도
속초항 오징어 순대 안주 삼아 한 잔 해야지
남해 바다 죽방렴 밤 하늘에 달빛이 비치면
청운회의 우정을 나누던 안개낀 겨울 밤에도
달반늘 장어집에 갯장어 안주 삼아 주거니 받거니 해야지
소주는 알콜이라 몸속 구석구석 소독한다나
알콜에 소독한 몸 병균이 침입하지 못하여
한 평생 건강하다는 그대의 건강 이론
소주는 아직 반 병 남았는데
올라야 할 산들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대는 어디갔어, 같이 마시고 올라야지
이제~ 그대가 가고 없으니
그대 생각에 무상한 마음 달랠 길 없어
소주도 맛이 없어, 나 또한 소주를 끊었노라
그대 찾아가는 날엔 안주나 준비하게
맛있는 이승의 소주 한 병 가지고 갈테니
그때가진 못 말라도 참고 기다리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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