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 선 어린이책시민연대 편집부
제목에서 느끼듯 이 책은 우연히 봄 소풍 길에서 만난 여섯 명의 소년들과 소박하고 순수한 만남과 우정을 회상한 글이다. 사형선고를 받고 공허와 상실감 속에서 짧은 삶을 돌아보며 하루 두 장씩 지급되는 재생종이로 된 휴지에, 항소이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빌린 볼펜으로 기록했다고 하니 마음이 아릿하다.
1966년 봄날에 서울대학교 문학회원들과 서오릉으로 봄 소풍을 가면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여남은살의 소년들을 발견한다.
이른 오전시간, 짐으로 들고 있는 보자기 밖으로 삐져나온 냄비의 손잡이를 보고 그들도 봄 소풍 가는 길이란 걸 짐작한다. 안쓰런 춘궁의 느낌이 드는 그 꼬마들과 함께 소풍을 즐기고 싶었던 저자는 어린이들이 가장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놀림의 느낌이 전혀 없는 질문을 궁리하여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봄 소풍을 다녀온 작가는 그들과 만남에 성실했다고 하나 일상에 묻혀 곧 잊어버린다.
그로부터 15일후 무척 서투나 애쓴 글씨의 편지를 받는다. 성실하게 그날 일들을 기억하고 간직한 그들의 편지가 신랄한 질책으로 저자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 주 토요일 오후 다섯 시에 장충체육관 앞에서 다시 만난다. 모임 이름을 아이들이 다니는 청구국민학교에서 따와 ‘청구회’라 하고 책 읽고 나누기와 놀기도 하며 보낸다. 이들의 만남은 1968년 7월 신영복님이 구속되면서 끝난다.
맛난 것을 혼자 먹게 되면 가족 생각이 나서 다음에 같이 먹어봐야지 하듯, 감동적이거나 재미난 책도 그러하다. 두어 장 읽어보니 예사롭지 않은 아이들과 만남이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여 일요일이라 교회 가고 없는 아들 대신 싫다는 남편을 억지로 옆에 앉혀놓고 읽어주었다.
공감하는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고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어 더 좋다. 주위사람들과 또는 새로운 사람과 따뜻하고 성실한 만남을 희망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