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심원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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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심원에 다녀와서
  • 장진석
  • 승인 2010.08.23 14:34
  • 호수 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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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장 진 석
창선고등학교 1학년

지난 금요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선생님의 멘티들과 함께 삼천포에 있는 합심원이라는 곳에 봉사활동을 하러갔다. 합심원은 집과 보호자가 없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생활하는 곳이다.
지난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봉사활동이 아닌 그저 지나가는 길에 들렸던 것 뿐 이곳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것은 처음이다.
건물은 우리학교 건물보다는 약간 작았다. 새 건물을 짓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구 건물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처음 우리가 맡은 일은 화장실청소였다. 화장실이 생각보다 깨끗하고 아주 넓었다. 거의 떠밀리다시피 자원봉사를 온 나였지만 이왕지사 온 것 열심히 하자 마음을 먹었다.
화장실 청소를 약 1시간 정도했는데 합심원 담당자 분이 다른 일을 주신다고 하셨다. 그 일은 합심원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A4용지에 그 사람들의 기본적인 이름과 나이 그리고 그 사람들 개인의 생각을 묻고 적는 것이었다.
합심원에 있는 사람들을 처음 마주쳤을 때 말하기가 꺼려질 정도로 험상궂은 인상에 대부분 너무 쇠약해보여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을 무시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마음으로 다가가기로 했다.
합심원의 사람 절반은 자기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기본적인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대화가 원활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에게 이곳에 온 이유와 기타 이곳 생활에 대한 얘기 등을 나눴다.
그중에서 가장 생각나는 한 분은 69세의 고향은 충청도라고 하신 할아버지였다. 대구에서 큰 형을 만나러 가는 도중 길을 잃어 이곳에 오셨다고하신다. 이곳에서 20년 동안 생활하셨는데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이 아직도 마음에 와 닿는다.
요즘은 많은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러오지만 대부분 청소나 손톱깎는 일 등만 하고 대화하는 경우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하신다.
요즘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 등 대학 입학에 필요한 부분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므로 자원봉사활동 시간에 맞춰서 자기 할일만 하고 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도 한다.
직접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생각을 듣고 또 그 사람들과의 외로움을 잠시만이라도 달래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의 단절 현상이 10년 전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나 역시 시간상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가야 했기에 많이 죄송했다.
얘기를 나눈 후 우리는 배식당번을 맡았는데 그 일을 하면서도 많이 깨달았다. 보통 우리 같은 학교의 급식소를 보면 잔반 처리가 아주 불량하다. 그리고 반찬에 대한 불만도가 높아서 매번 습관적으로 음식을 버리곤 한다.
합심원의 사람들이 교육을 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불평없이 드신후 잔반처리도 아주 깔끔했다.
경제활동의 미흡ㆍ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무시할 것이 전혀 없었고 그들의 생활을 오히려 본받을 점도 몇가지 있었다. 일반사람들이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할 때 그들도 비로소 우리를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곳에 자원봉사활동을 하러왔지만 오히려 합심원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것 같다.
처음 그곳 사람과 접한다는 두려움이 어느덧 정을 통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매달 이곳에 가서 합심원에 계시는 분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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