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진짜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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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진짜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10.15 11:16
  • 호수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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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지음 / 바람의 아이들 출판

‘진짜진짜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라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을 쓴 샤론 크리치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났으며 오랫동안 영국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교사로 일한 그의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이 책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진짜진짜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은 킨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 학교 근처에 사는 틸리는 부모님과 남동생, 강아지 빈스와 살고 있고 주말에는 나무를 타고 산책을 하고 막대던지기 놀이를 하며 놀았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이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자 틸리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괴로워한다.

교장선생님의 계획은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자는 것이었고 나아가 자랑스러운 학교를 위해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달력에 표시된 모든 공휴일에도 공부를 하자는 거였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장선생님은 심지어 여름방학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를 하자고 말하기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 그림책이 주는 묘미가 살아난다. 여름방학에도 학교에 오자는 교장선생님의 말에 절규하는 아이, 기절하는 아이, 머리를 쥐어뜯는 아이, 눈물 흘리는 아이, 분노하는 아이 등을 그린 그림이 참 익살맞고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틸리는 결국 용기를 내어 교장선생님에게 말한다. 날마다 학교에 오느라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동생은 그네 타는 법과 깡충깡충 뛰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틸리 자신은 나무에 높이 오르는 법도 배우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리해 결국 교장선생님은 틸리의 말을 귀기울여 듣게 되고 학교는 원래대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진짜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현실도 이 책에 나오는 킨 교장선생님의 계획처럼 돌아가고 있다. 일등만을 제일로 여기는 교육시장화의 논리 속에 아이들은 숨 막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 시키는 무한 경쟁 속에 아이들은 공부의 노예가 돼가고 있지 않은가.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학교는 공부가 제일의 가치는 아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늘 강조하셨던 것처럼 일하는 삶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을 사랑하며 가난을 업신여기지 않는 그런 아이들을 길러내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나는 학교마치면 집에 와서 엄마를 도와 농사일을 거들었다. 농사일을 거들면서 엄마가 고생한다는 생각을 했고 내 입으로 들어가는 밥이 땀의 소중함임을 느꼈다. 일을 하면서 자연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와 계절 속에 피고 지는 꽃들, 풀들, 벌레들, 새들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속에서 몸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맑게 정화돼 착해지지 않았을까?

또한 요즘 아이들은 ‘가난’을 모른다. 배를 곯아봐야 내가 먹는 밥이 얼마나 귀하고 내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 터인데 그런 경험이 없으니 어찌 나보다 더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귀히 여기고 도우려는 마음이 생기겠는가?

나는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핀란드의 학교 교육처럼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줬으면 좋겠다. 또한 이 책에 나오는 틸리처럼 우리나라 아이들이 그네도 타고 나무에도 오르며 자연 속에서 몸도 마음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나는 나를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일하는 아이들’이란 시집을 읽어주고 있다. 자연을 가르치고 자연 속에서의 놀이를 가르치려고 애쓰고 있다. 빼딱하고 모난 아이들의 삶이 자연 속에서, 놀이 속에서 둥글어지고 옹골져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진짜진짜 좋은 학교에서 진짜진짜 좋은 선생님으로 일하고 싶다.

                                                                                 이 다 현(어린이책시민연대남해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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