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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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아이스크림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10.22 16:17
  • 호수 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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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선(남해초교 6학년)

남해국어교육연구회, 제564돌 한글날 기념 백일장 산문부문 장원작

햇살과 바람이 함께 우리를 보살펴 주던 날 시끌벅적한 수학여행을 떠났다. 평소에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을 눈꺼풀이라고 생각하던 늦잠꾸러기인 나마저도 태양보다 먼저 일어났다. 전날 챙겨놓은 빵빵한 짐가방을 들고 학교로 가니 많은 친구들이 와있었다. 목청껏 1반, 1반 하고 크게 부르며 나의 친구들을 찾았고 각자 반의 버스로 들어갔다. 우리는 자식을 떠나보내시는 어머니들의 걱정과 사랑을 배웅으로 삼으면서 2박 3일 동안 수학여행의 첫 단계를 밟았다.

버스 안에서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수학여행을 간다는 신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들떠있었다. 흔들흔들 거리는 버스를 타며 창밖의 황금색 노란들판, 반짝거리는 맑고 높은 하늘을 볼 때는 흔하게 느껴졌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새 수원화성에 도착해 있었다. 거중기를 이용해서 웅장한 화성을 쌓으신 실학자 정약용 선생님의 지혜를 본받으며 화성을 걸어 다니기도 하고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긴 도시락도 맛나게 먹었다.

선생님의 출발하자는 목소리에 버스를 타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 ‘덕혜옹주’ 덕분에 덕혜옹주의 어머니이신 명성왕후께서 시해되신 곳을 보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다. 경복궁에 도착하고 딱 정문으로 들어섰을 때 감탄이 절로 새어 나왔다. 웅장하고 위엄한 카리스마에 굉장히 묘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외국사신들을 대접하던 경회루는 연못과 건축이 잘 어우러져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분위기는 잘 간직된 듯 했다.

경복궁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을 보았는데 ‘원더풀, 원더풀’ 하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명성왕후께서 시해되신 곳을 보니 괜히 마음이 아려왔다.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는 청계천을 보며 옛날 아주머니들의 빨래하시는 모습을 머리에 그리면서 갔다. 이런 좋은 하루를 보낸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부딪혔다. 엘리베이터는 3개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에다가 우리학교 학생들 때문에 6층까지 가는데 시간이 너무나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하고 얼른 씻고 밥을 먹으며 친구들과 못 다한 이야기를 했다. 항상 보던 얼굴들인데 뭐가 그리 얘기할게 많은지 통금시간을 어기고 탈출까지 감행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피곤함에 달콤한 잠을 잤다.

유난히 햇살이 눈부셨던 둘째날에는 수학여행의 핵심인 놀이동산에 갔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며 그 날만큼은 무서운 것도 실컷 탔다. 무서워서 눈을 감고 비명을 지르면서 놀이기구를 탔는데도 마음만큼은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기념품을 사고 숙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누가 더 무서운 놀이기구 탔나 라는 대회까지 펼쳐졌다. 나와 달리 친구들은 정말 무서운 T-익스프레스 까지 타며 경험담을 줄줄 늘어놓았다. 그 친구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난 친구의 자랑을 자장가로 삼은 채 낮잠을 자버렸다. 숙소에 가고 밥을 먹은 뒤 신났던, 그러나 조금은 실망했던 레크리에이션도 마무리하고 또 한번의 수다를 떨었다. 이번에는 선생님들 몰래몰래 밖에 나가서 친구들 방에 처 들어가기도 했는데 선생님들이 우리의 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알았던지 5분을 주셨다. 너무도 짧은 시간 이었지만 이것도 어디야 하며 뛰어놀고 각자의 방에 들어가 마지막 밤을 보냈다.

어제와 달리 추웠던 셋째날 밤은 비가 와서 많은 곳을 가지 못했다. 그 비는 수학여행이 아쉬운 우리들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광한루도 보고 어류박물관도 들리면서 끊임없이 웃었다.

마지막으로 남해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내내 아쉽다만 연발했던 우리들이 피곤했던지 자고 있었다. 6시간의 긴 시간을 걸쳐 남해에 도착한 우리들은 각자의 엄마 품에 안겨 입을 모아 큰소리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곰곰 생각하니 이번 수학여행은 무척 달콤했지만 시간이 빨리 가버려 아쉬웠던 가을날의 녹아가는 아이스크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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