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梵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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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梵鐘)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10.22 16:28
  • 호수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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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문인협회 사무국장


 

 

 

 

 

 

 

 

본성(本性)은 금강(金剛)을 보전하고 몸은 전륜(轉輪)을 본받는다.

소리를 들으면 마음을 깨닫고, 꽃이 피면 과실이 맺히리라

천년만년 꽃다운 얼굴 보여주겠다고

누군가 금속으로 나를 키워놓았네만

그 흘린 땀이나 거푸집 조각칼이 돋움으로 비천(飛天)을 만들고

구름을 만들고, 명문(銘文)을 남겼지만

몇 백 년 세월이 푸른 녹으로 나이테를 말하나

울지 않는 종은 온몸으로 떨며 사바대중에게 고한다

성과 속의 경계에서 늘 성의 입구에 자리하며

이타(利他) 공양이 없었다면 어찌 자비로운 미소가 있겠냐 마는

매달려야 밥값하며 큰 몽두리로 사정없이 매맞는다

당좌(撞座)가 있으니 만파식적(萬波息笛)같은 용통(甬筒)으로

지나간 천년 세월 오늘도 소리로 하는 공양

지긋한 음덕에 화답한다

생산할 적 손길은 모두 갔어도

저렇게 절집 대들보에서 보다듬고 가는 바람이

수 천 번을 지나갔어도 매달려 있는 탓에 한 번도 화낸 적 없다

떨어지면 죽을 것 같아 나이 많은 목탁을 친구하며

아직도 으스러져 간 달빛에 그윽한 자태로 늘 일탈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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