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걸은 남해바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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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걸은 남해바래길
  • 남해타임즈
  • 승인 2010.10.29 09:32
  • 호수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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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홍주
                                                                                                                           남해바래길사람들운영위원-본지논설위원

“天地涯 地之頭 一點仙島(하늘의 끝이오 땅이 시작되는 한점 신선의 섬에는)”

조선시대 중종때 학자인 자암 김구선생이 남해에서 귀양살이하면서 지은 화전별곡의 첫 구절이다.

예로부터 화전으로 불리어 산천이 수려하고 풍경이 빼어나 아름다운 자연으로 이름난 남해를 신선의 섬으로 묘사한 것인데, 이 신선의 섬에 가을이 되면서 도보탐방객들로 붐비고 있다.

최근 조성되고 있는 다랭이지겟길이나 고사리밭길 등 남해바래길에서는 주말이면 가족끼리 혹은 직장단위·동창회·사회단체 등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에 이르기 까지 길을 걷는 다양한 일행들을 더러 만날 수 있다. 아직은 바래길을 알리는 이정표나 안내판도 없는 정비되지 않은 거친 처녀길을 걷기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바래길은 우리 조상들이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갯벌이나 갯바위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해 가족의 반찬거리나 자식의 학비를 벌기위해 바래를 하러가고 장에 팔러 다니던 삶의 길이다.

이러한 남해바래길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2010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에 선정돼 현재 4개 코스가 우선적으로 개통을 앞두고 전국의 도보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 몇년 사이 제주 올레길을 비롯해 지리산 둘레길, 강화 나들길, 문경 새재길, 청산도 슬로길 등 전국의 걷는 길의 유명세에 힙입어 남해바래길도 언론매체나 다녀간 도보객들의 입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차츰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제1코스 다랭이지겟길은 남면 평산항을 출발해 아담한 평산마을을 휘감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유구 철쭉군락지와 삼여도 앞을 경유해 사촌해수욕장, 선구마을, 항촌마을을 거쳐 가천마을까지 이어지는 볼거리가 제법 다양한 구간이다. 바다를 끼고 나있는 바래길을 따라 걷다보면 풍광도 만끽하고, 갱번가의 정겨운 시골모습과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즐거운 도보여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제3코스 고사리밭길은 왜군의 침략에 맞선 조선시대 수군들의 숨결이 면면히 흐르는 역사적인 창선 적량마을의 보건지소 앞에서 시작되는 데, 좁은 마을길을 벗어나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농로를 겸한 산길을 한참 걷고 나면 나지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산비탈에 조성된 고사리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만나게 된다. 아담한 포구에 자리잡은 천포마을, 공룡화석이 산재해 있는 가인포를 거쳐 동대만을 가로질러 놓인 방파제를 지나 동대만휴게소까지 이어지는 바래길이 펼쳐진다. 특히, 고사리밭길은 청명한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나지막한 산등성이에 넓게 펼쳐진 푸른 고사리밭 사이로 길이 나있어 정원을 거니는 신선처럼 연인들이 손잡고 걷기에 제격인 듯 싶다.

남해바래길은 빨리 걷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남해의 후덕한 인심과 청정한 바다를 경험하며 사부작사부작 걷다보면 선조들의 고단했던 삶의 흔적을 느끼고 아직도 청정한 자연을 간직한 이 땅을 사랑하게 돼 보물섬의 진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남해바래길은 2015년까지 300여㎞에 달하는 남해군전역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연결해 다양한 볼거리를 두루 체험하고 마을들의 전설과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으로 관광상품화돼 녹색관광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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