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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석(본지 발행인)
  • 승인 2010.11.12 18:39
  • 호수 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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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농협 대의원총회의 결정은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정 군수의 중재로 한 자리에 앉은 시장상인회와 남해농협 사이에 상생협력을 위한 협의안, 즉 게임의 룰이 만들어졌을 때까지만 해도 남해농협이 새로 지으려고 하는 하나로마트 문제가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희망은 단 하루만에 남해농협 대의원총회의 결정에 의해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9일 이 협의안의 수용여부를 인준받기 위해 남해농협이 대의원총회를 소집했는데 대의원총회는 군정협의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남해농협 대의원총회의 결정은 하나로마트 이전신축계획을 당초 계획대로 계속 밀고나가야 한다는 더욱 강고한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니들이 뭔데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느냐,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자세인 것이다.

남해농협 대의원총회의 이 같은 결정은 참으로 아쉽다. 왜냐하면 군정협의안이 하나로마트를 추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나가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날 대의원들에게 군정협의안의 이러한 본질적 의미가 제대로 설명된 가운데 그런 결정이 나왔는지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대의원총회는 차수를 더해가며 앞으로 얼마든지 개최할 수 있을 텐데 단 한차례의 회의에서 곧장 ‘거부’를 결의해버린 것은 아무래도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본다.

사실 남해농협의 하나로마트 신축이전계획을 둘러 싼 이해당사자 간의 공방은 누가 더 다수 군민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진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시장상인회의 경우 끈질기게 이 문제를 군민들에게 호소해 지역공동체의 이슈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필자가 보기에는 초기보다 훨씬 더 많은 군민 응원군을 등에 업었다. 바깥으로 드러나는 여론전에서는 남해농협이 점점 수세에 몰려가는 형국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남해농협 대의원총회가 단 한 차례의 회의만으로 군정협의안마저 거부해버리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여론전에서는 더욱 수세에 몰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둑으로 치자면 자충수를 둔 것이다.

9일 남해농협의 대의원총회의 결정은 곧장 정현태 군수로 하여금 건축허가를 반려시키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정 군수가 게임의 룰을 마련해준 것은 농협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하등의 문제가 없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수세에 물리던 여론전에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를 걷어 차버리는 대의원총회의 결정이 나온 배경에는 집행부가 그러한 잠재의미까지 대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남해농협이 9일 대의원총회의 결정만을 가지고 계속 이 문제를 밀어붙인다면 그 종국에는 남해군과 행정소송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남해농협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사업을 착수할 수 있는 시점은 4~5년 후가 될 것이며 그 때는 이미 유통법과 상생법이 발효된 뒤가 될 것이다. 어느 면으로 보나 남해농협이 군정협의안을 거부한 가운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면초가에 몰린 ‘항우’의 운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의원총회는 얼마든지 다시 열어 결의안을 수정할 수도 있다. 남해농협이 하나로마트 신축이전계획을 성사시키려면 공적으로 마련된 대화와 타협의 장에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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