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발전을 위해 미치는 일은 상쾌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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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발전을 위해 미치는 일은 상쾌한 일
  • 류 동 길 남해포럼 공동대표 숭실대 명예교수
  • 승인 2010.12.03 09:25
  • 호수 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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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숭실대 명예교수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경제문제를 본다는 비판에 대해 경제학자 케인스는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는 돈을 풀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이다. 단기대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당장 배고픔만 벗어나고자 허둥대면 배고픔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발전할 수 없다. 미래 예측은 어렵지만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인간은 동식물과 달리 환경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창조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1992년 허버트 스타인(H. Stein) 교수는 미국 대통령 당선자 클린턴에게 “20년 후 미국의 바람직한 모습을 그려보고 그런 모습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4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소련이 1957년 10월 소련이 인공위성(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자 깜짝 놀란 미국은 1957년 12월 뱅가드호를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미국의 실패원인에 대한 조사보고서 마지막 쪽에는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을 바꿔야 한다”는 글귀가 나온다. 학교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우주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무료급식문제, 체벌금지문제, 수능시험 난이도 문제로 떠들썩한 우리의 교육현장은 어떤가.

천쉐썬(錢學森:1911~2009)은 중국에서 대학을 마친 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차 대전 때 미 국방과학위원회 미사일 팀장을 맡은 로켓제트추진 분야의 전문가였다. 그는 1950년 중국정권이 새로 출범하자 중국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인재 유출을 막으려는 미국의 방해로 간첩혐의까지 받아 억류됐다가 1955년 10월 미사일 관련 자료는 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맨몸으로 귀국했다. 귀국 후 “우리도 인공위성을 쏘고 싶다. 할 수 있느냐”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물음에 그의 답은 이랬다. “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15년 동안 어떤 성과에 대해서도 묻지 말고 돈과 인재만 달라. 첫 5년은 기초과학, 다음 5년은 응용과학을 가르치고 그다음 5년은 실제 제작에 들어가면 인공위성을 쏠 수 있다” 실제로 15년 후인 1970년 중국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다.

수학교육 과정을 바꾸겠다는 것이나 15년을 기다리겠다는 건 장기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할 것인가를 시사해준다. 문제를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라는 것은 선출직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는 어려운 주문이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려면 미래를 내다보고 인기가 없는 일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와도 옳은 일이면 때를 놓치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 세미나, 교양강좌 등을 통해 남해발전을 위한 중장기 프로그램을 개발, 남해의 미래 창조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게 남해포럼의 과제다.

우리 모두 생각해보자. 남해가 자랑할 수 있는 건 자연인가 인심인가? 남해 사람들이 남해는 좋은 곳이라고 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남해를 찾는 사람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남해 특유의 스토리를 만들고 여러방면에서 남해 알리기 노력을 펼쳐야 한다.

얼마전 문을 연 남해유배문학관도 관광 상품화가 가능할 것이다. 지역 고유의 산물+인물+문화를 접목해 가치를 창조하면 길이 열린다.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보고 시상이 떠오르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시심(詩心)이 아닐까. 남해에 오면 시심이 절로 동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분위기를 만들자.

바다와 들과 산을 끼고 도는 바래길은 남해가 자랑할 수 있는 명품이 될 것이고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남해로 불러올 것이다. 세계 속의 남해, 남해 속의 세계를 생각하면서 길도 만들고 이름도 붙였으면 좋겠다.

관광산업은 세밀하고 정교한 정책과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는 첨단유치산업이다. 남해의 풍광과 인심과 서비스를 팔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어렵다고 주저앉으면 미래는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래를 선점하자. 남해발전을 위해 미쳐보자.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남해에서만 느낄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 미래는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24일 부산에서 가진 남해포럼 간담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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