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반대가 아니라 정당한 보상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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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반대가 아니라 정당한 보상받고 싶다”
  • 김광석 기자
  • 승인 2011.03.17 14:55
  • 호수 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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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은 지난 7일부터 펜션업의 생명줄인 인터넷케이블마저 끊어버렸다.

15일에는 그가 버티기 위해 펜션진입도로에 세워놓은 중형버스를 치우지 않으면 고발조치는 물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통보서를 보내기도 했다.

골프장 공사가 진척될수록 유정펜션은 점점 고립된 섬이 돼가고 있다.

“저들이 제기한 명도단행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저들은 당장 굴삭기로 건물을 허물고 우리 식구들을 몰아낼 것 같습니다.
20년 넘게 이곳을 개척해온 우리 가족의 역사와 정체성은 한순간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 너무 아쉽고 두렵습니다.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는데 당장 어디로 가란말입니까? 어디로 간들 이런 곳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정당한 보상마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은 목숨을 담보로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1일 중앙감정평가원 감정평가사들이 재평가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곽 씨는 초기 양식어장을 짓기 시작했을 때부터 꼼꼼히 챙겨놓은 관련 행정서류들과 사진자료들을 내놓았다.

그 자료에는 유정펜션의 역사가 온전히 살아 있었다.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곽 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행사인 한섬피엔디와 곽 씨 사이의 다툼은 결국 민사재판 법정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쓰고 있는 전화와 인터넷선마저 끊어버리는 저들의 횡포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 가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잠을 못 이룬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던 그의 하소연이 귓가를 뱅뱅 맴돈다. 


비슷한 조건 이웃 보상가의 절반수준 받아들일 수 없어
법ㆍ행정은 강자편 개인에게 일방적인 희생강요 너무해
  

골프장에 수용당하는 유정펜션 대표 곽선기 씨
예순 둘의 그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닷 새 간의 취재기간 중 한 번도 감정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였다.

이제 마감시간이 돼서 여기까지만 듣겠다면서 기자가 일어서려고 하자 그는 뭔지 모를 감정이 복받쳤는지 바다 쪽으로 돌아서더니 한참 동안 손등으로 얼굴을 자꾸 훔쳐 올리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눈물을 다 감추고 나서야 그는 다시 돌아서서 고맙다는 작별인사를 건넸다.    

곽선기(62) 씨.
그는 ‘주식회사 한섬피엔디’가 건설하는 창선면 장포의 ‘사우스 캠프 오너스 클럽’ 골프리조트에 그의 전 재산을 강제수용당하는 사람이다.

한섬의 입장에 서면 곽 씨의 유정펜션 부지 8660㎡(2620여평)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골프장을 완공할 수가 없다. 그러나 곽 씨의 입장에 서게 되면 골프장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강탈자다.



억울한 곽선기 씨
법에 의하면 골프장 시행자는 개인에게 절대강자다.

개인이 계획에 포함된 토지를 매각하려하지 않을 경우 시행자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지정한 감정평가원에 의한 재산평가금액을 법원에 공탁한 뒤 소유권을 이전해갈 수 있다.

이러한 법적 절차에 따라 한섬 측은 평가액인 약 23억여원을 공탁한 뒤 곽 씨의 재산권을 모두 명도 해갔으며 버티는 곽 씨를 상대로 부동산명도단행가처분(강제철거 등 재산권 이행)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놓고 있다.
이 가처분 건에 대한 법원의 심리는 지난 9일까지 세 차례 열렸으며 앞으로 한달 안에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곽 씨는 오직 이 가처분 건이 재판부에 의해 기각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가처분 소송이 기각돼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기만 한다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맘껏 주장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토지 매각에 동의하지 않는 최후의 1인으로 남게 된 것은 골프장 사업을 반대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는 다만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상받은 평균가가 그가 원하는 ‘정당한 보상’의 기준이다.

보상가에 최소한의 형평성이 녹아 있다면 그는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있었고 그가 가진 땅이 덩어리가 큰 만큼 추이를 봐가면서 느긋하게 협상에 임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순진한 계산은 강제수용이라는 법적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것이었다.

그가 자신의 재산에 대한 가치평가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있다.
같은 케이스로 수용당한 다른 사람이 받은 보상금액과 자신에게 제시된 보상금액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큰 게 사실이다. 

그는 인근 배양장이 받은 평당 보상가가 얼마인지 알고 있다.

가령 인근 배양장이 400평에 4억5천만원(건물분, 영업손실분을 제외한 토지분)을 받았다면 2620평인 자신의 땅은 최소한 30억원정도, 건물분, 영업손실분까지 합치면 40억원이상은 받아야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토지대장에 나오는 공시지가는 오히려 곽 씨의 땅이 두 배 이상 높다.

이에 대해 한섬 측은 “곽 씨와 협의를 하기 위해 열 서너 번 만났다.
그때마다 곽 씨는 예스도 아니고 노도 아닌 태도로 일관했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곽 씨가 60~70억원을 얘기하는 것 같아 협의매매를 포기하고 법이 허용하는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감정평가는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고 중립적인 공인 감정평가법인이 한다.

우리는 그 결과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곽 씨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넘어온 재산권을 강제로라도 집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깊이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당한 보상 원해
       
그가 지난 20년 동안 일궈왔던 이곳 유정펜션관광농원은 장포 끝의 해안절경 속에 앙증맞게 팔을 벌리고 있는 모상개백사장을 끼고 있다.

한번 와 본 사람은 이곳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한 노년부부는 우연히 이곳에 와보고서는 예전에 양식어장 관리사로 쓰던 한 칸을 빌려달라고 곽 씨에게 떼를 썼다.
그러라고 했더니 자기 돈을 들여 리모델링해서는 아예 눌러앉았다.

이 노년부부는 현재 창선에 펜션을 새로 지어 남해사람이 됐다.
지금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 노년부부가 현재 곽 씨의 가장 큰 우군이다. 

곽선기 씨는 충남 예산이 고향이다. 부산에서 작은 제조업체를 경영하던 그는 지난 1988년 극심한 노사분규 사태를 보고나서는 새로운 업을 물색하고 나섰다.

그가 찾은 새로운 업은 양식어업이었다.
적당한 곳을 찾기 위해 1년간 서ㆍ남해안 곳곳을 뒤지고 다니던 그는 이곳 창선 장포 끄트머리에 와서 ‘바로 여기다’면서 무릎을 쳤다고 한다. 

오지나 다름없는 바닷가에 양식어장을 짓기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을지는 대강짐작이 가능하다.

93년부터 시작한 광어 양식어업으로 한 때 그는 큰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98년 중국산 활어가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타산이 안 맞아 또다시 전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찾은 새로운 업은 관광농원. 이곳의 경관이 워낙 좋은 덕에 관광농원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 갔고 2006년부터는 새롭게 불기 시작한 펜션 바람을 타고 단골고객이 많은 펜션으로 자리 잡으며 오늘까지 왔다.

골프장 시행사가 이곳에 세계 최고의 골프장을 짓겠다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쫓겨나지만 않는다면 그 가치는 오롯이 곽 씨의 것임에 틀림없다.     



조망권도 평가해줘야
          
한섬은 지난 7일부터 펜션업의 생명줄인 인터넷케이블마저 끊어버렸다.

15일에는 그가 버티기 위해 펜션진입도로에 세워놓은 중형버스를 치우지 않으면 고발조치는 물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통보서를 보내기도 했다.

골프장 공사가 진척될수록 유정펜션은 점점 고립된 섬이 돼가고 있다.

“저들이 제기한 명도단행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저들은 당장 굴삭기로 건물을 허물고 우리 식구들을 몰아낼 것 같습니다.
20년 넘게 이곳을 개척해온 우리 가족의 역사와 정체성은 한순간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 너무 아쉽고 두렵습니다.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는데 당장 어디로 가란말입니까? 어디로 간들 이런 곳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정당한 보상마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은 목숨을 담보로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1일 중앙감정평가원 감정평가사들이 재평가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곽 씨는 초기 양식어장을 짓기 시작했을 때부터 꼼꼼히 챙겨놓은 관련 행정서류들과 사진자료들을 내놓았다.

그 자료에는 유정펜션의 역사가 온전히 살아 있었다.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곽 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행사인 한섬피엔디와 곽 씨 사이의 다툼은 결국 민사재판 법정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쓰고 있는 전화와 인터넷선마저 끊어버리는 저들의 횡포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 가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잠을 못 이룬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던 그의 하소연이 귓가를 뱅뱅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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