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의 눈이 돼 줄게
상태바
우리가 너의 눈이 돼 줄게
  • 남해타임즈
  • 승인 2011.04.28 16:05
  • 호수 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유 선(해성중학교 1학년)


장애인의 날 기념 글짓기 공모전 중·고등 학생부분 최우수상

지난 3월 나는 중학생이 됐다. 새 학교, 새 교실, 새 친구를 만난다는 기쁨에 가슴 설레며 마침내 교실에 들어서게 됐다. 낯설지만 기대에 찬 여러 친구들의 얼굴을 둘러보며 ‘아, 이 친구들과 이제 1년을 보내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을 때, 뒤뚱거리는 한 남자 친구가 좀 이상하게 보였다. 벽을 짚고 걸으며 하는 행동이 어눌하며 뭔가 좀 어색했다.

그래서 옆의 다른 친구에게 눈짓으로 그 친구에 대해 살짝 물었더니 귓속말로 그 아이는 눈의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어렵고도 긴 이름의 병을 앓고 있는 친구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불편하고 아픈 친구를 구경하듯 그렇게 보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내심 조금은 이상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하루, 이틀 중학교 생활은 굉장히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갔다. 아침 8시부터 저녁까지 거의 학교에서 하루 온종일을 함께 생활하게 된 우리들은 어느새 행동이 어눌한 그 친구에 대한 신기한 느낌을 버리고 조금씩 친근감을 가지게 됐다. 그 친구는 자신의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또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려고 매사에 노력하는 아이라서 그런지 시간이 갈수록 그 친구에 대한 선입견이 점점 사그라졌다.

그리고 지난주 마침내 그 친구와 나는 짝꿍이 됐다. 같은 자리에 앉게 되자 나는 그동안 궁금했던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꿈이 무엇인지도 물어보고, 관심 있는 분야도 무엇인지 물어보고 또 조심스레 눈이 안 좋아서 불편한 점은 없냐는 질문을 건네 보기도 했다.

그 친구는 과학을 좋아해 과학자가 꿈이란다. 그래서 눈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보였다. 하지만 눈이 잘 보이지가 않아서 그 친구가 겪어야하는 고통과 불편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다 알 수 없을 것 같이 생각된다.

공부를 하려고 교과서를 봐야할 때도 한참을 들여다봐야만 글자가 겨우 눈에 들어오고, 특히 수준별 이동 수업을 받기 위해 다른 교실로 이동해야할 때는 번번이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온몸에 자잘한 멍투성이였다.

게다가 운동장으로 체육수업을 받으러 이동해야 할 때면 우리 반 아이들 대부분은 바로 밖으로 뛰어나가 놀지만 그 친구는 실내에 있다가 밝은 공간으로 나올 경우 1분 정도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거의 패닉상태가 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몇 초라도 더 많이 놀기 위해 서로 먼저 가겠다고 우르르 뛰어나가고 그 속에서 내 친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채 우왕좌왕 벽을 찾아서 짚기 위해 헤매는 모습에 나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나는 불편한 몸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우리의 친구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학급의 다른 친구들도 나처럼 그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는지 학급회의 시간에 이 친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의논하게 됐다.

시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친구를 위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배려의 자세나 노력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학교는 30여 년 전에 지어진 낡은 건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한 명의 장애인을 위해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일은 우리들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일단 우리 반 아이들은 이 친구를 위해서 간단하게 복도나 계단 벽에 짚고 다닐 수 있도록 봉을 설치해달라는 건의를 학교에 해 보기로 했다. 그다음으로는 복도나 계단에 친구의 어깨 위치쯤에 올록볼록한 스티커를 붙여서 친구가 벽을 더듬어가며 지나다닐 때 좀 더 수월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또 늘 책상모서리에 부딪히면 무릎이 많이 아플 테니까 문이나 책상 모서리 등 부딪히기 쉬운 곳은 뾰족한 부분을 감싸는 보호대나 테이프를 붙이기로 했다.

그 다음으로는 이 친구가 수업을 위해 이동을 할 때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도우미’역할을 주번처럼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감사나 칭찬을 기대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와서 나는 적극 찬성을 했다.

눈이 아픈 친구의 손을 잡아주는 도움 말고도 언제나 따뜻한 인사와 격려를 보내주자는 이야기도 했다. 우리들의 따뜻하고 정다운 말 한마디가 그 친구에는 큰 힘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학급회의가 끝나고 며칠 안 여러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여태까지 우리는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에서 어른스러워진 것 같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들은 잘못된 편견과 기준으로 장애인과 정상인으로 나눌 수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을 ‘모두모두 좋은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눈이 안 보이는 장애인이라서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고 싫어할까봐 무서웠다’는 내 친구!, ‘여러 학교를 수소문하다가 우리 학교를 발견하고 저 먼 충청도에서 이곳 남해까지 내려오길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는 내 친구! 그리고 그 옆에서 친구를 위한 눈이 되어주고 지팡이가 되어주고 그 친구의 꿈을 응원해 줄 든든한 버팀목 같은 우리 친구들!

“친구야! 우리가 너의 눈이 돼 줄게. 수술해서 건강해지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매일 매일 친하게 지내자!”


※ 이 글은 장애인의 날 기념 글짓기 공모전에서 중고등 학생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초등부 작품은 다음주에 실을 예정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