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기적이 사라져간 남해바다 ‘태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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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기적이 사라져간 남해바다 ‘태인도’
  • 이 처 기 시인(본지 칼럼리스트)
  • 승인 2011.04.28 16:08
  • 호수 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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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기의 남해이야기 19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안은 많은 섬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어 다도해로 더 아름답다. 섬이 있는 바다는 밀물과 썰물이 지나는 조석간만의 차이로 인해 바다길이 열리는 곳이 있다.

이 봄, 4월을 전후해 소위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는 바다, 신비의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더러 있다. 변산반도의 하섬, 전남 진도 회동, 충남 보령의 무창포해수욕장이 있는 바다, 경기 화성의 제부도, 서산시 웅도, 섬진강 하류 남해와 광양만이 만나는 태인도(太仁島)가 그런 곳이다.

바다가 갈라지는 게 아니라 바다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것을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다. 모세는 구약성서 출애급기에 나오는 이스라엘 지도자이자 예언자이다.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는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거느리고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으로 백성을 구원했으며 40년간 광야에서 헤매며 하느님으로부터 10계명을 받아 이스라엘 민족에게 전해준 분이 모세이다.

지난 1975년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디가 진도에서 바다가 갈라지는 걸 우연히 보고 프랑스 신문에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개한 일이 있었는데 그 기사가 역수입돼 모세의 기적이란 이 말이 우리나라에 유행하게 됐다.

명승 제9호 전남 진도의 바닷길도 유명하다 진도 고군면 회동리와 외산면 모도리 사이의  열리는 바닷길이 해저 사구 2.8km의 바닥을 드러내는 장관은 널리 알려져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며  진도 바닷길 축제는 매년 4월 이맘때에 열린다.

우리 남해 바다는 아름다운 한려 해상 국립공원을 끼고 있다. 그 가운데 남해 노량바다 섬진강 하류 광양만이 있고 그 사이 작은 섬 태인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바다 사이 태인도는 메워지고 그 자리는 70년대 공업화의 물결을 타고 우람한 광양제철소가 들어 서버렸다. 천지는 개벽되고 태인도는 매몰돼 버렸다. 살기 어려운 시절, 바지락 조개 고동 우럭 김 낙지 톳나물 해초 등 일용할 양식을 줍기 위해 모이던 바다 길은 없어졌다.

여수사람 광양사람 하동사람 남해 사람들이 열려진 태인도 바다길에서 만나 다투기도 하고 서로 많이 채취하려고 실랑이를 하던 시절, 그런 날도 이제 하나의 추억으로 사라져 버렸다.

섬진강 하류 남해노량 바다와 광양 바다 사이의 아름다웠던 섬 태인도!

태인도는 김 발상지로 생산지로도 유명했다. 이곳에서 나는 김은 너무도 맛이 있었으며 조선조 인조 때(1640-1660) 처음으로 김을 양식한 곳이 태인도 라고 한다. 김을 시식한 주인공은 김여익 공이라고 전해오는 태인도,...

햇김을 하동장 순천장 남해장을 돌며 팔고 사던 사람들도 가고 없고 또 봄은 와 싱그런 남풍만 예대로 이 바다에 불어오고 있다. 봄이 와도 4월이 와도 신비의 바닷길은 열리지 않고 태인도는 대답이 없다. 제철소 화력 불김만 하늘을 날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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