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 다잡는데 글만큼 좋은 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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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 다잡는데 글만큼 좋은 게 없죠”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1.11.18 10:45
  • 호수 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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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시인, 8년만에 두 번째 시집 ‘검은땅을 꿈꾸다’ 발간
“살다보면 누구나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가끔씩은 좌로 우로 흔들릴 때가 있잖아요.
전 그럴 때마다 글을 썼던 것 같아요. 그러면 글이 제가 잡은 중심을 놓치지 않도록 다잡아줍디다”
늦깎이 시 사랑에 빠진 박정규 시인(52ㆍ고현)이 전하는 시가 주는 혜택에 관한 이야기다.
2003년도에 계간 리토피아를 통해 등단한 박 시인은 농협 상무를 거쳐 (주)초원환경 상무이사까지 베테랑 직장인이었다. 그런 그가 분주한 직장생활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시를 놓치 않았던 건 ‘기록’을 즐기는 그의 성격도 한 몫 했다.
“제가 원래 기록을 좋아해요.
농협에서의 19년과 초원환경서의 7년 생활까지 저는 누굴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항상 적습니다.
기록을 좋아하다보니 느끼는 게 있어도 적고, 힘든 게 있어도 적고… 그 기록들이 모이고 모이니 글이 되고 그 글들을 새벽녘에 일어나 다듬고 다듬으니 어느새 시가 됐더라구요”

하지만 박 시인은 ‘수정과 퇴고’를 거치면서 ‘자기검열’이란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특히 혼자만의 넋두리로 빠지지 않도록 이메일과 웹을 최대한 활용해 끊임없이 중앙문단의 선배 시인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본인의 작품을 이메일로 보내고 감상평과 함께 오는 지적들은 그 즉시 다듬기를 반복했다.
그래서일까. 첫 시집 ‘탈춤 추는 사람들’ 이후로 무려 8년이란 긴 산통 끝에 두 번째 시집 ‘검은 땅을 꿈꾸다’가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처음 시집을 낼 때만 해도 그저 제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만 했을 뿐이지 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라는 게 맞을 거예요.
근데 웬걸요. 쓰면 쓸수록 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 덜컥 겁이 났죠.
정말 인생의 고비도 겪어야 하고 그만큼 생각도 많이 해야 시가 써지는거구나 하는 생각… 자기 내부에 무언가 꽉 차오르는 무언가가 필요하단 걸 깨달았죠”라는 박 시인은 이어 말한다.

“살다보면 사람이 개구리보다 못할 때가 많잖아요.
자기 줏대 세상에 다 갈라 부쳐 줘버리고 집에 돌아와 자려고 딱 누웠을 때 그런 생각 들 때 있잖아요.
‘내는 뭐지?’ 싶은 기분. 그럴 때 발딱 일어나서 그러한 감정들, 그러한 생각의 연유, 경계들을 풀어내봅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시 삶의 주체인 ‘나’로 조금씩 돌아오는 게 느껴져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쩌면 인생이 결국 세상과 나 사이의 ‘센티미터 싸움’이 아닐까 싶었다.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 그 괴리감을 1센티미터라도 좁혀나가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싶은.
그래서 그의 시는 느슨하지 않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쫄깃해지고 눈 꼬리는 올라가고 두 입술은 앙다물게 된다.
그렇게 온몸을 동원해 읽어 가다보면 결국 그가 시종일관 강조했던 한마디가 남는다.

“글은 정말 써야 합니다. 지구상 모든 만남이 여행이겠지만 글보다 더 알뜰살뜰한 여행은 없습니다.
진실에 닿기 위해, 진실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또 하나의 자신을 향하는 그런 여행의 기쁨을 글은 슬그머니 건넵니다”

그가 가꾼 텃밭의 푸른 배춧잎처럼 정겹고 속이 찬 그의 시만큼 지천명인 그의 생도 그렇게 더욱 푸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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