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봉 기슭에서 천지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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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봉 기슭에서 천지를 보다!
  • 김순영 기자
  • 승인 2012.09.27 14:25
  • 호수 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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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행문 - 남수인, 백두산 정복에 나서다 (5)

트레킹 조 41명은 날씨와 상관없이 일단 북파산문까지는 무조건 출발하기로 일정이 잡혀있어 4시30분에 기상하기로 되어 있었다.

일단 오늘은 이도백하 지역에 비는 오지 않는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으나 그래도 하루에도 102번 날씨가 변하는 것이 백두산 천지라며 날씨는 천지신명께 맡기란다. 간단하게 조식을 끝내고 6시 정각에 1호차로 출발준비를 마쳤다.

관광조의 배웅을 뒤로 하며, 트레킹 조를 태운 버스는 어느덧 울창한 산림 속을 달리고 있었고, 중천의 태양은 강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겁게 억누르고 있던 새벽의 짙은 안개가 그사이 어디론 사라졌는지 지금 눈앞의 날씨는 완연한 가을 날씨다. 모든 회원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있다, 그 중에서도 나의 웃음꽃이….

가이드 왈, 이렇게 좋은 날씨는 일 년에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런 날씨라면 무조건 천지를 구경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란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의 뜻 헤아려 주셔서 감사 감사드립니다.

백두산을 오르는 길은 중국 쪽에서 남파, 서파, 북파가 있으며, 북한쪽에서 동파가 있다.

파(坡)는 중국말로 ‘언덕’이란 뜻이다. 50여분을 달려 7시 정각에 북파산문 주차장에 도착했다. 입구엔 장백산(長白山)이라고 크게 간판이 붙어 있었다. 입구 주위는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고 산문입구 역시 지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모습이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것 같다.

입구는 인산인해(人山人海)다.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대부분이 한국과 중국 관광객들이다. 중국관광객들의 경우, 어렵게 천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백두산은 명산으로 더욱이 천지를 보지 못할 경우엔 며칠씩 이곳에 머물기도 한단다.

왜? 우리의 백두산이 중국의 장백산인가? 우리의 조상들이 얼마나 오랜기간 동안 목숨 걸고 지켰던 이 아름다운 백두산을 왜? 중국의 장백산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만감이 교차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문제를 미물(微物)에 지나지 않는 내가 따질 문제가 아니다. 어렵사리 자리를 만들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산악가이드를 만나 트레킹에 대한 일정을 논의했다.

일단 트레킹은 지금부터 시작해서 13시까지 다시 이곳에 도착하여 관광조와 조우하는 일정으로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왕복 5시간의 트레킹은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다, 해발 1천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전문 산악인도 아닌 일반인인 우리 회원들의 체력문제가 걱정이 된다.

7시 10분 산문입구를 통과해서 다시 환경보호차로 폭포 주차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환경보호차는 매연과 소음이 거의 없어서 붙여진 이름 같다. 산문입구를 들어와서도 북적이는 인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천지 주차장으로 이동 중 멀리 비룡폭포(중국에서는 장백폭포라 칭함)의 힘찬 물줄기를 잠시 볼 수가 있었다.

소천지 주차장에 도착한 일행은 다시 폭포주차장으로 이동하기위해 환경보호차를 기다리는데 나이들이 지긋하게 보이는 몇몇 어르신들을 만났다.

“어디서 오셨냐?”고 했더니 남해에서 오셨단다. 우리도 남해에서 왔다고 했더니 반가워하며 남해사람들이 참 잘 생겼단다. 남해 고현면 이어리 주민들 18명이 어제 저녁 천문봉 정상에 올라 그곳에서 자고 아침에 천지 구경을 하고 지금 내려가는 중이란다. 어제 천지에서 별을 봤고 아침에 천지를 보았다니 우리도 천지를 보는 데는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가벼워 졌다.

어떤 배경이 있길래 천지 정상에서 1박을 하시다니, 부럽기도 하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인솔자이신 박ㅇㅇ씨가 인사를 한다. 잠시의 만남을 뒤로하고 폭포주차장에 도착하여 8시20분부터 트레킹을 시작했다.

발아래로 천지에서 달문을 통해 비룡폭포를 거친 천지수(天池水)가 힘차게 흐르며 냉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들머리로 들어서자마자 녹색 자켓을 입은 미행자가 따라 붙었다. 순간 산악가이드가 긴장을 한다. 일단 소천지까지 올랐는데 그 미행자가 계속 따라 붙자 산악가이드는 소천지를 구경하러 온 것처럼 잠시 머물다가 다시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소천지(小天池)!

작은 천지라는 뜻인 것 같다.백두산 정상의 천지가 천지로 불리고 이 조그마한 소는 소천지라고 부른다.

옆 표지석에는 은환호(銀環湖)라고 적혀 있었는데 사방으로 푸른 숲이 병풍처럼 에워 싸 있어서 물빛인지 숲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올라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내려오면서 미행자를 따돌리고 트레킹 코스가 아닌 산악가이드들만이 알고 있는 숲길을 들어섰다.

예전부터 종종 이 코스를 이용하는지 인적이 스치고 지난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산나물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완만한 숲길을 20분 정도 지나니 가파른 경사가 앞을 막는다. 자작나무의 군락지대를 지나 9시5분경 처음으로 단체휴식을 취했다.

저 멀리 눈 아래로 하얀 구름이 길게 띠를 만들고 누워 있었고, 그 아래의 자연은 모두 잠에 빠져 있는 양 움직임 없이 평온한 모습이다. 간단하게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이제부터는 눈 움직임이 빨라질 시간이다. 여기저기서 자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담기가 바쁘다. 인간인 우리가 이 대자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비하면 얼마나 작디작은 미물인가를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비룡폭포의 전망대에서 웅장하고 장엄한 모습을 보고, 눈앞에 펼쳐지는 대평원의 아름다운 모습과 저 멀리 길게 이어져 흘려 내려오는 옥계폭포의 하얀 치마의 여유로운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발밑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야생 블루베리를 따 먹으면서 일행은 어느덧 마지막 새우등 능선을 지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용문봉(2596m)과 녹명봉(2603m)사이의 대평원과 옥계폭포와 왼쪽으로는 철벽봉(2550m)과 화구벽의 장엄한 모습과 승사하 계곡위의 기상천외한 여러 조형물을 바라보면서 대자연의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을 표현하지 못한 채, 연신 아,우,와 , 표현할 수 없는 감탄사만 뱉어 내면서 천지를 향해서 발길을 옮겼다.

<다음호에 계속>

김 용 표(남수산악회장, 남수고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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