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신문에 대한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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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신문에 대한 불편한 진실
  • 하길동
  • 승인 2012.10.12 11:29
  • 호수 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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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길 동(남해군수 비서실장)

지난 9일 아침 남해신문 박춘식 대표가 오랜 기간 단식농성으로 혼절해 병원으로 실려가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유나 의도가 어떻든 군민의 한 사람으로써 또 한 때 상관으로 모셨던 지역 언론의 선배인 박춘식 대표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저는 지난 2000년부터 8년간 지역 언론인으로서 지역의 밝고 어두운 면, 지역에 대한 고민과 비전 등을 담아 지면으로 내용을 전달했었던 전직 지역 언론인이자 현재는 정현태 군수를 모시는 비서실장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 남해신문을 접하고 공직자로서의 입장을 떠나 현재 지역에서 가장 민감한 남해에너지파크(화력발전소)와 관련한 몇 가지 생각을 짧은 소견으로나마 밝히고자 합니다.

주민투표 실시에 대해 사과하라?

지난주 남해뉴스를 통해 남해에너지파크 및 첨단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됐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야 전문기관에서 한 것인 만큼 신뢰에 대해 가타부타 논할 것은 아니지만 여론조사를 한 과정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남해신문 박춘식 대표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와 천막농성장을 찾았습니다. 박 대표는 마주한 저에게 주민투표와 관련해 자신에게 군수님이 사과를 하면 단식농성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며, 이를 군수님께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저는 비서실장으로서 그 요구는 전달하겠지만 박 대표의 요구 방향이 잘못됐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오는 17일(수) 치러지는 주민투표는 군민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남해군에서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군의회의 요구와 남해시대 여론조사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발전소건설반대대책위 또한 여론조사가 아닌 주민투표를 통한 조속한 결정을 강하게 요구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오히려 정현태 군수나 남해군은 비용의 문제나 주민투표운동기간 이어질 주민들 간의 대립과 반목을 이유로 가능한 여론조사로의 결정에 더 힘을 보탰던 것입니다.

한데 이러한 과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박춘식 대표가 주민투표 결정으로 인해 주민들 간의 반목과 갈등에 대해 군수로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 사안의 모든 책임을 정 군수에게 몰아가고자 하는 지극히 편향적이고 정치적인 요구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행정의 수장으로써 인정하거나 사과할 것은 해야 하겠지만 원인 제공자가 아님에도 무턱대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언론인으로서의 주장으로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주민투표 종료 후 남해군의 수장으로서 군민들에게 그동안의 반목과 갈등을 접고 화합하는 남해를 위해 나가자는 뜻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더 적절하지 않나 싶어 이러한 의견을 전달했습니다만 저의 의견을 수용할 뜻이 없었습니다.

과연 여론조사는 누가 했을까?

그런데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저에게 한 가지 더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것이 바로 며칠 전 나온 남해뉴스의 여론조사였습니다. 박 대표의 이야기를 옮기자면 ‘남해신문에서 여론조사를 할 것이다. 발전소에 대한 찬반여부도 물을 것이고, 군수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넘기기 위해 발전소를 이용한 것과 박 대표 자신의 단식농성에 대한 군민들의 생각도 조사해 볼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저는 당연히 남해신문에서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결과가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론조사를 한 곳은 남해신문이 아닌 남해뉴스가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더 특이한 점은 여론조사를 한 업체가 지난번 남해신문에서 여론조사를 한 곳이었습니다.

물론 이 업체를 남해신문에서만 계약을 맺어 여론조사를 하라는 법은 없지만 며칠 전 남해신문 대표가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신문에서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밝히고, 여론조사 내용 또한 그가 말한 그대로인데다 업체 또한 얼마 전 남해신문이 의뢰를 했던 곳에서 남해신문이 아닌 다른 언론사의 이름으로 나온 것에 이번 여론조사의 결과를 떠나 그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언론사에서의 여론조사는 지역사회의 여론에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더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그런데 남해신문은 대표의 입으로 자신들이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해놓고, 결과적으로 타 언론이 같은 업체를 통해 실시한 그 내용 그대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자신들의 지면에 대문짝만하게 내놓으면서 얻으려고 한 것이 무엇일까요? 자사 대표의 단식농성에 대한 합리화를 찾고 싶은 이번 여론조사를 도저히 자신들의 손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었을까요?  

의도적인 사실 감추기인가?

저의 의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 주 박 대표가 작성한 남해신문 사설을 보면 이번 주민투표 문안에는 남해에너지파크(석탄화력발전소)만 있고, 첨단산업단지는 들어있지 않은데 이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넣지 못한 것 아니냐며 사자성어까지 빌려가며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사설을 접한 저는 과연 박 대표가 말하는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금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민투표 문안은 남해군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선관위와 주민투표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며, 이번 주민투표문안 결정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주민투표에 있어 두 가지 사안을 동시에 물을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불가피하게 첨단산업단지를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남해군은 첨단산업단지가 남해에너지파크사업과 동시에 추진하는 만큼 반드시 그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음에도 선관위와 행정안전부에서는 두 가지 사유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과적으로 첨단산업단지 부분은 제외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결정과정을 지역 주요언론인 남해신문 또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며,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면 남해군이나 선관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기본적인 사실조차 외면한 것은 분명 의도나 목적에서 순수함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남해군과 유치위 그리고 반대대책위에서 문구 결정 등을 두고 적잖은 시간동안 의논을 했던 만큼 이 사안에 대해 남해신문이 몰랐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이런 주장을 했다면 지금까지 이번 사안에 대해 신문의 주요지면을 연일 할애하던 이들의 모습은 가식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은 순수해야 한다!

지역 언론인도 군민입니다. 아니 여느 군민보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욱 클 것입니다. 남해신문 박 대표의 요구도 그 의도에 대한 여러 의견을 떠나 이러한 애정에서 발달됐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현태 군수를 비롯해 군청 간부직원들은 물론 군의회에서도 단식농성기간 수차례의 농성장 방문을 통해 그의 요구에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은 최대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건강이 걱정되는 만큼 단식농성보다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요구를 하는 것이 어떠하겠느냐는 입장도 전달했습니다.

또한 그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첨단산업단지와 환경협약에 대해 법적구속력을 지닌 협약서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군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주민투표로 이번 사안을 결정할 것으로 요구했고,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군민들의 다수가 같은 뜻을 밝혀 내린 결정에 대해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군수의 사과를 요구하고, 기본적인 사실도 외면하는 행위가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만 봐야 할지 아니면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스럽습니다. 

지난 10일 남해군은 동서발전, 포스코건설과 함께 남해에너지파크 및 첨단산업단지 개발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실체 유무에 대해 많은 억측이 있었던 첨단산업단지는 물론 군민들이 우려하는 환경문제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법적구속력을 지닌 이번 협약식에 군의회를 대표해 한호식 의장님도 함께 해 오직 지역발전이라는 충정으로 굳은 의지를 밝혔습니다. 

우리의 고향이자 터전인 남해에 대한 애정은 군수나 언론사 대표나 농어업인이나 상인이나 모두가 한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에 대한 애정을 앞세워 혹여나 순수성을 외면한 또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이는 한 달여간 건강을 담보로 단식농성을 한 박 대표에게도 자신의 희생에 한 점이라도 얼룩이 질 만한 불편한 진실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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