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추억
상태바
잊혀져 가는 추억
  • 노복남
  • 승인 2012.10.18 14:44
  • 호수 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 복 남(남해읍 남산동)

여기저기 멋들어지게 신세대건물들이 우뚝 솟아있고 거리엔 많은 인파들이 북적거린다.
마음 놓고 쉬고 싶어도 내려놓을 수 없는 공간. 비좁은 거리를 헤치며 도망이라도 치듯 나온 거리. 야산기슭에 조용히 자리 잡은 시골의 풍경, 오늘은 이곳에 조용히 마음을 내려 보자.
싸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장독대를 싸고 예쁘게 피어나는 백일홍과 민들레, 그 안에 투박한 통나무로 대들보를 걸쳐놓고 여기 저기 점점 퇴색 되어 가는 그 옛날 우리어머니들의 장식들.
방바닥이며 먼지가 낀듯한 탁자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꽃 피우는 모습이 다소곳이 엿보인다.
오늘은 가장 편한 옛 소꼽친구들 정겨움이 묻어나는 이 자리에 앉아서 희미하게 잊혀져가는 저만치 흘러가버린 옛 추억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등잔이며 눈물 흘려가며 불을 지피던 풍로 너머로 가마니를 짜기 위해 몰려오는 덕삼잠. 쫓지 못해 꾸벅꾸벅 졸아가며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새끼줄을 까대던 보릿고개. 시절이 이젠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새록새록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어머니 품속처럼 편안한 여기에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내려놓고 진한 쌍화차에 노른자 동동 띄우고 희미하게 퇴색되어가는 옛 추억의 향기에 흠뻑 젖어 취해본다.
초록의 날들이 마구 그리워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