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투기 금지된 ‘돼지 똥’ 자원으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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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투기 금지된 ‘돼지 똥’ 자원으로 변신 중
  • 김창근 기자
  • 승인 2012.11.15 10:13
  • 호수 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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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축산분뇨는 자원이다<1> 분뇨는 쓰레기인가?

가축분뇨 감축추진 국제협약(런던협약 96의정서)에 의해 올해부터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유일하게 축산분뇨 해양투기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지만 양돈농가의 경우 해양투기 금지와 악취로 인한 민원에 힘겨운 해를 보내고 있다. 바다환경 보호와 세계기준에 따라 해양투기 금지는 피할수 없는 조치이지만 정부대책과 농가의 인식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그동안 축산분뇨는 폐기물로 인식돼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축산분뇨를 퇴비와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국내외 사례를 소개해 축산분뇨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원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바다에 버려졌던 돼지 분뇨

우리나라는 가축분뇨를 포항시 동쪽 125km와 울산시 남동쪽 63km 바다 그리고 군산시 서쪽 200km 서해바다에 버려 왔다.

가축분뇨는 소, 돼지, 닭 등이 포함되지만 이제까지 버려진 것은 전량 돼지분뇨다. 소와 닭의 분뇨는 퇴비 활용이 높기 때문에 버려지는 것이 없었다.

가축분뇨는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해 지난 14년간 우리 바다에 버려져 왔다.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2005년 전국에서 버려진 양은 274만5천톤이다. 이후 2007년 201만9천톤, 2009년 117만1천톤 등 매년 투기량이 줄어 지난해에는 76만5천톤까지 떨어졌다.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이는 20톤트럭이 하루 53대씩 1년 내내 버리는 양에 달한다.

이중 경남에서 버려지는 양은 38만8천톤으로 전국 배출량의 절반이 넘는 51%에 달했다. 경남은 사육두수가 충남, 경기, 전북, 경북에 이어 5번째 수준이지만 분뇨처리는 바다에 의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컸던 셈이다.

지난해 전국 시·군의 해양투기 배출량 상위 10위에서 도내 지자체는 5곳이나 포함됐다. 김해가 7만톤을 넘기며 가장 많았고, 산청이 5만톤으로 5위, 합천이 2만8천톤으로 7위, 창원이 2만7천톤으로 8위, 거창이 1만5천톤으로 10위를 기록했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돼지분뇨 1일 발생량은 5631톤으로 연간 205만6천톤에달한다. 이중 19% (38만8천톤)가 바다에 투기됐다. 이렇게 발생한 돼지분뇨가 가장 많이 버려졌던 곳은 울산 바다로 육지에서 불과 6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경남·부산수역이다.
 
피할 수 없게 된 육상처리

우리나라의 해양투기는 주변국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었다. 지난 1996년 페기물을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런던의정서에 서명하면서 올해 가축분뇨부터 해양투기가 금지됐다.

15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순탄치 못했다. 해양배출협회의 거센 항의, 양돈농가의 영세함과 인식부족이 겹쳐졌다. 정부의 제한된 지원예산규모로 시설확충도 시기를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예산지원보다 더 높은 벽은 주민반대다. 진주, 고성, 함안 등에서는 민원으로 분뇨처리시설 사업을 반납하거나 중단하기도 했다. 남해도 이동면 무림리 봉곡농장이 주민의 반대로 액비저장조를 만들지 못했다.

박창식 대한양돈협회 경남도협의회장은 “올해 해양투기 금지로 예상만큼의 대란은 없었지만 여전히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양돈농가가 많다”며 “각 지자체와 농가에서 자체처리할 수 있는 시설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돈농가는 해양투기 금지로 인한 처리비용 증가, 시설투자비 증가로 어려움을 토로한다. 산청의 한 양돈농가는 “FTA 등으로 유럽산 돼지고기가 유입되면서 국산돼지값이 폭락했다. 게다가 분뇨처리비용이 더 들어 어느때보다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해양투기금지에 대비해 지난해에만 처리시설과 장비에 546억원을 투입했다. 공동자원화시설 3개소, 액비유통센터 4개소, 액비저장조 600여개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해양배출감시와 처리대책 지원을 위해 48개반 96명을 편성해 농가를 관리하고 있다.

현재 도내의 경우 돼지분뇨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처리시설과 여러농가가 조합형태로 운영하는 공동자원화시설, 농장개별시설 등에서 처리되고 있다. 공공처리시설에 들어간 분뇨는 분의 경우 퇴비화, 뇨는 정화를 통해 하천에 방류된다. 공동처리시설은 뇨의 경우 액체비료(액비)로 만들어 논밭에 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액비의 경우 아직 농가의 인식부족과 민원으로 살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뇨는 폐기물이 아닌 자원

소와 닭 분뇨는 훌륭한 퇴비로 버릴게 없었다. 가축농가에서 퇴비업자에 판매를 할 정도로 처리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돼지분뇨의 경우 오줌의 비율이 많은 물성분 때문에 냄새가 심한 폐기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밭작물 퇴비로 버릴 게 없는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박창식 양돈협회경남협회장은 “땅심을 키우는데 돼지분뇨는 훌륭한 퇴비”라며 “오염물이라는 생각보다 거름으로 활용해 순환농법의 자원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화학비료에 의존하고 있는 농촌의 경작형태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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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화학비료의 의존도가 크다. 농촌의 인력부족, 고령화의 원인도 있지만 돼지분뇨를 퇴비로 활용해 비료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학비료를 줄이고 퇴비를 늘리면 농약사용도 줄일 수 있어 안심먹거리 확보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돼지분뇨의 자원재활용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화학비료를 줄이는 일은 국토보전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라며 “축산과 경농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순환농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돼지분뇨를 바이오가스로 전환해 열과 전기도 생산하는 등 버릴게 없는 에너지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단순한 처리시설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선순환 할 수 있는 재활용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근 기자· 사진 공동취재단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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