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곤란 ‘돼지분뇨’ 퇴비로 보물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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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곤란 ‘돼지분뇨’ 퇴비로 보물되다
  • 김창근 기자
  • 승인 2012.11.22 10:26
  • 호수 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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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축산분뇨는 자원이다<2> 퇴비로 이웃과 상생

고성군 해밀농장 강원한 대표가 돼지가 배출한 분뇨에서 오줌을 분리한 뒤 액체비료로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가축분뇨 감축추진 국제협약(런던협약 96의정서)에 의해 올해부터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유일하게 축산분뇨 해양투기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지만 양돈농가의 경우 해양투기 금지와 악취로 인한 민원에 힘겨운 해를 보내고 있다. 바다환경 보호와 세계기준에 따라 해양투기 금지는 피할수 없는 조치이지만 정부대책과 농가의 인식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그동안 축산분뇨는 폐기물로 인식돼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축산분뇨를 퇴비와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국내외 사례를 소개해 축산분뇨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원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봉곡마을과 올해 화계마을에서 주변돈사로 인한 악취 때문에 못살겠다며 마을 주민들이 군청으로 몰려와 민원을 제기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이에 마을주민과 상생하고 있는 고성군의 해밀농장을 찾아가 봤다. 

고성읍 이당리는 군이 친환경으로 고품질 벼를 생산하기 위해 ‘생명환경 벼 재배단지’로 지정한 곳이다. 이곳은 생명환경농업 벼 재배 매뉴얼에 따라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벼를 재배한다. 이곳에 논을 사이에 두고 50여 농가 맞은 편에 위치한 해밀농장은 돼지 2천두를 사육하는 중형급 농장이다.

해밀농장 강원한(48) 대표는 의령서 농장을 하다 지난 2006년 이곳으로 이주했다. 무항생제와 해썹(HACCP)마크 획득한 이곳은 돼지가 배출하는 분뇨 전체를 자체 처리하고 있다.

강 대표는 해양투기 금지에 일찌감치 대비했다. 2008년 800톤규모의 액비저장 탱크에 이어 올해 초 같은 규모의 탱크를 추가 설치해 하루 10톤씩 배출되는 분뇨를 전량 처리 보관하는 시설을 갖췄다.

강 대표는 “돼지의 분은 퇴비로 나눠주고 뇨는 액체비료로 만들어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비의 경우 6월부터 10월초 까지 벼가 자라는 시기에는 살포할 수 없기 때문에 넉넉한 저장고가 필요하다.
강 대표는 “해양투기 경우 연간 처리비용은 4천만원(월 150톤기준)에 이른다. 지금은 액비를 만들기 위한 전기료(연 1200만원)만 나오기 때문에 처리비용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자체처리하지 않고 관내 처리시설에 위탁할 경우 톤당 3만원(월 150톤일 경우 450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해밀농장은 자체처리로 인해 위탁처리 보다 월 350만원 가량 절감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강 대표가 이곳에 이주할 당시 주민 반대로 농장을 접을 생각도 했다.

강 대표는 “이곳 출신이 아니다 보니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분뇨처리시설을 현대화하고 퇴비를 제공하며 주민들을 설득시켰다”고 말했다.

해밀농장은 마을주민과 상생하는 축산농가다.

돼지 똥으로 숙성시킨 퇴비는 판매를 할 수 있지만 전량 마을주민에게 무상으로 지급한다. 마침 이날 마을주민 이상계(75) 씨가 가을배추 비료로 쓰기 위해 농장을 방문했다.

이 씨는 “돼지를 키운다길래 처음엔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퇴비를 얻을 수 있어 마을에 없어선 안될 곳이 됐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팔아서 수익을 조금 남기면 뭐하나.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농장과 농가가 상생하는게 좋다”고 답했다.

오줌으로 만든 액비는 저장고에 두었다가 벼 수확 이후 논밭에 뿌려진다. 이때도 마을주민이 원하기만 하면 강 대표가 무상으로 직접 살포한다.

그는 액비살포를 위해 살포차량과 운반차량, 트랙터, 살포기 등을 구입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액비살포를 꺼렸지만 작황에 효과가 있자 지금은 서로 찾는다. 이당리의 생명환경재배단지가 해밀농장의 분뇨를 영양분 삼아 키워지는 셈이다.

강 대표는 “축산농가가 분뇨를 퇴비화해 일반농가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민을 이해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축산농가가 혐오시설이 아닌 자원농가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군은 해밀농장을 포함해 27개농가가 자체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해양투기금지에 대비해 2년간 50억원을 넘게 투자한 결과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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