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 10톤, 600가구 하루치 전기 생산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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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 10톤, 600가구 하루치 전기 생산 가능해
  • 김창근 기자
  • 승인 2012.12.27 14:16
  • 호수 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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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축산분뇨는 자원이다<4> 신재생에너지 바이오가스로 재탄생

축산분뇨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연소시켜 전기를 생산해 내는 열병합발전기.
가축분뇨 감축추진 국제협약(런던협약 96의정서)에 의해 올해부터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유일하게 축산분뇨 해양투기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지만 양돈농가의 경우 해양투기 금지와 악취로 인한 민원에 힘겨운 해를 보내고 있다. 바다환경 보호와 세계기준에 따라 해양투기 금지는 피할수 없는 조치이지만 정부대책과 농가의 인식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그동안 축산분뇨는 폐기물로 인식돼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축산분뇨를 퇴비와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국내외 사례를 소개해 축산분뇨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원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가축분뇨를 폐기물이 아닌 새로운 자원으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이오가스 생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축분뇨는 정수과정을 거쳐 처리하거나 액비, 퇴비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아직 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은 시작 단계이다.

하지만, 독일은 2050년까지 원자력을 제로화 시킨다는 계획하에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계획 중 하나가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이다. 현재 배출분뇨의 20%는 바이오가스로 재활용 되고 있다. 바이오가스는 축사에서 나온 분뇨를 저장고로 옮겨 식물성 재료인 옥수수와 대를 섞어 발효해서 얻는 메탄을 일컫는다. 메탄가스는 열병합발전기에서 연소돼 증기압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고 남은 열은 난방 등에 사용된다.

복스베르그 양돈 지역청(LSZ -Boxberg)은 독일 남서부에 있는 바덴 뷔템베르크주 농림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대학, 농가들과 연계해 종돈 종자 개량, 선진형 축사 모델 개발, 바이오가스 생산, 돼지 사육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농장의 면적은 20만㎡(20ha)이며 농장에서 키우는 어미돼지, 새끼돼지 4천여 마리가 하루 10톤의 분뇨를 배출하고 있다. 최근 원자력발전이 도마에 오르면서 양돈 지역청도 바이오가스 생산성 향상에 관심을 두고 생산·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가스는 분뇨와 옥수숫 대를 3대 7로 혼합하고 100일 정도 발효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양돈 지역청에는 대형 저장탱크 2개가 설치돼 한쪽 탱크에서 50일 발효·보관하고 옆쪽으로 옮겨 다시 발효·보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탄가스는 양돈 지역청 내 바이오가스 생산설비에서 전기로 만들어진다.

축산농가에서 전기를 생산해 내는 과정을 나타내는 도표.


양돈 지역청 전기생산설비는 1시간에 400㎾, 1년에 약 320만 ㎾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정도의 전기면 4인 기준 6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또 바이오가스 생산 시설 여부에 따라 농가 수익도 큰 차이가 나면서 일반 축산농가의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설치도 증가하고 있다.

양돈 지역청 빌헬름 플란츠 박사는 “분뇨를 더는 폐기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바이오가스도 생산하고 퇴비로 활용하면 비룟값도 절약하는 등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며 “독일은 음식물쓰레기를 넣어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없도록 금지돼 있지만, 옥수숫대 대신 음식물쓰레기를 넣으면 효율이 더 좋다. 이를 활용하면 분뇨처리뿐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처리, 나아가 높은 전기 생산성까지 한꺼번에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 인을 줄이는 연구 병행 = 유럽 국가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지만 독일은 가축 수에 비례해 일정 규모 농지를 소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1ha당 어미돼지 5마리가 새끼돼지와 함께 배설하는 분뇨량 이상을 퇴비로 주지 못하게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분뇨의 무분별한 처리에 따른 땅의 부영양화를 막으려는 조치다. 규정을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하며 남는 분뇨는 바이오가스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지가와 임대료가 오르면서 독일 축산농가에도 이 규정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풀어야 할 과제다.

바이오가스를 생산했다고 해도 분뇨의 찌꺼기 양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1톤의 찌꺼기에는 3㎏의 인을 함유하고 있어 적정량을 넘기면 땅의 부영양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인을 줄이면 더 많은 양을 퇴비로 사용할 수 있고 지력 향상과 의무 농지 확보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바이오가스를 생산한 축산분뇨는 냄새가 없는 퇴비가 된다.


이에 양돈 지역청을 비롯해 독일 연구기관에서는 분뇨 속 인을 감축하는 기술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양돈 지역청도 최근 분뇨 속 인을 절반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양돈 지역청은 기술 유출 등 이유로 원리와 설비에 대한 공개를 꺼렸다.

빌헬름 플란츠 박사는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은 분뇨 속의 인 50%를 절감할 수 있다. 더 많은 분뇨를 퇴비화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필요한 농지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이 기술이 활성화되면 축산, 바이오가스 등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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