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날갯짓이 가져온 나비효과
상태바
한 사람의 날갯짓이 가져온 나비효과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04.04 14:18
  • 호수 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자의 전성시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가 모든 에너지를 모아 시민들과 함께 만든 곳이다.

본인의 젊음을 온통 일본군의 성노예로 고통을 겪어온 할머니들을 위해 서슴없이 ‘길바닥’에 스스로를 내던진 윤미향 대표는 돌고 도는 역사의 윤회를 치유하기 위해 ‘나비기금’을 모으고 있다. 그 기금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전쟁으로 인해 원치 않은 고통과 비극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을 돕기 위해 쓰여 진단다. 그곳을 나오며 나비효과를 생각했다.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변화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인 나비효과는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주장한 것으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윤 대표를 만난 다음날은 국립극장에서 주최한 ‘팔도관객 프로젝트’에 선정된 연극 ‘서편제’를 보러 온 40명의 남해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극장에 갔었다.

이 연극을 보며 또 한번 나비효과를 떠올렸다. 어떤 이유로 연극을 보게 됐는가를 우연히 들었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이 국립극장에 공모신청을 했고, 그게 받아들여져 국립극장측에서 공연티켓과 대형버스임차료, 점심식사까지 지원해 줘 학생들이 오게 됐다는 것. 물론 돈으로 환산하면 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관광과가 어떤 곳인가. 군청내에서도 3D로 불릴 만큼 업무가 많기로 유명한 곳 아닌가. 게다가 담당공무원은 거의 매주6일 심지어 7일을 근무하는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탈촌 담당이다 보니 주말마다 영상제 때문에 나왔던 것. 그렇게 자기 업무만으로도 벅찬 사람이 또 일을 찾아서 했단 게 놀라웠다.

하지만 그 놀람은 서편제를 본 후 고마움으로,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감동으로 바꿔졌다. 좋은 소리를 위해 딸의 눈을 멀게 한, 어쩌면 혼자 남겨질 외로움이 두려워서였을지도 모를 아버지의 恨. 그러한 아버지와 지긋지긋한 집구석이 싫어 무작정 떠난 의붓오빠는 떠난 그 순간부터 여동생과 함께 불렀던 그 ‘소리’를 사무치게 그리워 헤맨다는 스토리, 다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 아래서 들려오는 대금과 가야금 등 생생한 연주와 함께 무대 위 판소리는 떨림하나까지 진실했다. 게다가 정갈하고도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배경까지. 2층 맨 뒷자리여서 배우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 소리만으로도 충분했다.

특히 판소리 대사가 영어자막과 한글로 양쪽 스크린으로 보이게 한 배려 또한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에 젖어들게 했다. 이를테면 이런 소리는 어떤가. “내가 너 보고 살것나. 눈에 안 보이는 정 때문에 살지”

한편 뒤늦게 알게 된 이야기. 그 공무원은 경기도에 사는 아내를 설득해 두 달 전 귀촌해 아이는 지족초에 다닌다고 한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스스로 ‘눈물의 길’위에 자신을 던진 윤미향 대표나 ‘그저 즐겁게 보았다면 충분하다’는 현석민 공무원. 두 사람은 모두 아름다운 나비다. 이들의 날갯짓은 결코 약하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