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별5개짜리 호텔에서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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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별5개짜리 호텔에서 사는 사람"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04.11 11:49
  • 호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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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할배의 나비사랑, 자원봉사자 신윤섭 할아버지

남해나비생태공원(삼동면 봉화리)에 가면 ‘행복한 나비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신윤섭(82) 자원봉사자가 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은 부화가 아니라 우화(羽化)임을 알려주시면서 알에서 나비까지 생존율 2%에 불과한 나비의 삶을 우리에게 설명해주시는 분.

신윤섭 할아버지는 “1000명에게 물어봐도 ‘부화’라고 답하지 ‘우화’라는 대답이 안 나온다”며 “애벌레가 나비가 될 때까지는 긴 인고의 시간이다. 우화되는 그 한 순간의 기쁨이야말로 인간이 꿈을 펼치는 순간과 닮았다”고 설명하신다.

할아버지는 “해놓은 게 없으니 나이와 이름을 물어보면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시며 신문사에서 올 일 없다고 손사래 치셨지만 게시판의 고맙다는 글이나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보물이시다.

신정옥 해설사는 “월급없이 나비생태관을 자기 정원, 자기 궁궐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가꾸신다”며 “나비이야기는 기본이고 효와 인생, 공부 이야기 등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젊은 새댁들은 울고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가족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이곳에서 할아버지는 인생의 3가지 가르침을 들려주신다. ‘첫째, 아이는 칭찬으로 키우자. 둘째, 부모에겐 살아생전 효도하자 셋째, 남편 월급이 연봉 5천만원이하면 월급절반을 부인통장으로 자동이체 시켜주라’ 이 세 가지다. 신 할아버지의 가르침 바탕에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흐르고 있다.

충남 조치원이 고향인 신윤섭 할아버지는 나비생태공원에서 일하기 전까지 약 20년간을 전국을 순회하면서 소년소녀가장들과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나눔의 실천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고 하니 신 할아버지는 “나같이 가진 것 없이 못난 사람도 그 아이들에게는 구세주가 된다는 게 오히려 더 보람 있었다”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그게 행복”이라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밥 먹을 수 있는 일은 다 해봤다고 한다. 제일 처음 장사한 건 쌀가게. 겉으로는 남는데 속으로는 밑지는 장사였다고. 그러다 대리석 공장도 꽤 다녔다고 한다. 한동안은 뜻 맞는 기업가의 후원이 있어 쪼들리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단다.

그렇게 일과 봉사를 함께 하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인간은 활동하면 먹는다. 움직이면 누구나 먹고 살 수는 있다”는 것과 “세상 사람들은 돈을 벌면 돈을 모으는 재미로 사는데 자신은 욕심이 없다 그러면 바보라 할 테니, 난 그저 모으는데 재주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며 웃으셨다. 8년 전, 말기 전립선암일때도 부인 모르게 하자는 일념으로 치료와 함께 하루 하루 더 나비와 정원에 매달렸다고. 그 결과 지금은 나비 덕분에 깨끗하게 나았다고.

애벌레를 키워서 나비로 날려 보내주는 작업인 ‘우화(羽化)’가 주업인 할아버지는 말한다.

“여기서 일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자원봉사자는 일시키는 사람이 없으니 주인이잖아. 그러니까 즐겁지. 근데 월급쟁이들은 어때요? 눈치봐야지, 스트레스 받지. 난 스트레스 안 받거든. 그러니까 항상 웃어.

여기가 별 5개짜리 호텔이야. 이렇게 즐겁게 사는데 암이 버티겠어? 스스로 나가 떨어지는거지, 하하”
이 봄, 보물섬에 오시거든 행복전도사 신윤섭 할아버지를 꼭 만나보자.

강영자 기자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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