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못됐지만 난 이미 행복한 사람
상태바
달인 못됐지만 난 이미 행복한 사람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04.11 12:58
  • 호수 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말겨루기’ 장원 급제한 김경숙 공무원

아침밥 챙겨주며 응원해준 시어머니와 자료수집해준 신랑 감사

난리가 난 모양이다. 지난 8일, 이동 문현마을에서는 KBS 1TV에서 하는 ‘우리말 겨루기’ 방송을 꼭 보라는 이장님의 독려방송이 있었다고 한다. 방송이 끝난 다음날은 1등을 차지한 주인공이 ‘똘망한 공무원 며느리’라는 소문이 남해읍 사거리에 파다했다.

남해군과 자매결연 하고 ‘나비’라는 공통분모로도 통하는 전남 함평이 고향인 김경숙(30) 씨가 바로 그 ‘똘망한 며느리’였다.

▲ 지난 8일, KBS 1TV에서 한 ‘우리말겨루기’에서 당당히 1등을 한 김경숙 씨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외조해 준 남편 이석우 씨와 함께 웃고 있다. 두 사람은 남해군청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했다.
아름다운 한글을 퀴즈로 풀어보는 퀴즈 프로그램인 우리말 겨루기 1등의 기쁨을 안은 김경숙 씨는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달인이 된 것도 아닌데 취재거리가 되나요”하면서도 “남해 와서 승승장구한 것 같다”는 기쁨을 나타냈다. 무엇이 그리 ‘승승’일까 물었더니 “좋은 남편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 이미 승승장구 아닐까요?”한다. 사실 김경숙 씨는 지난해 이동면민 체육대회 때에도 ‘시어머니의 뜻으로’ 노래자랑에 참가해 1등을 차지한 이력이 있었다. ‘기왕 하는 거 재롱 제대로 보여드리자’ 마음먹고 ‘노래자랑 인기곡’을 검색ㆍ연습한 윙크의 ‘얼쑤’에 ‘젊은 며느리의 효심’이 1등의 비결이었으리라.

그런 그녀가 이번 우리말겨루기를 본격적으로 ‘파기’시작한 계기는 다름 아닌 ‘육아휴직’이었다. “결혼한 지 2년 좀 지나 14개월 된 딸이 있죠. 근데 직장생활 하다가 육아휴직 내고 아이만 키우다 보니 우울증이 올 것 같대요. 괜히 혼자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 같기도 하고, 생산적인 뭔가가 필요하다 싶어서 평소 좋아했던 국어공부를 하자 결심했죠”

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게 해 준 건 전적으로 가족들의 힘이었다고.

김경숙 씨는 “저희는 4대가 함께 살거든요. 시할머니, 시어머니, 그리고 저희 부부와 딸. 그런데 3개월 동안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정말 모든 뒷바라지를 다해주셨어요. 저희 어머님이 아침밥도 챙겨주시고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셔서 제가 꼭 ‘달인’을 선물해드리고 싶었는데…아쉽네요”하면서 “사실 공부자료도 신랑이 다 수집해서 줬어요. 난 정말 그 자료대로 ‘공부’만 하면 됐죠. 또 매일 일찍 들어와서 애기 봐주고, 신랑 같은 사람 또 없을거에요”말하며 본인도 조금 쑥스러운지 웃어버린다.

이어 “방송에서는 다 편집됐던데, 육아휴직 기간의 공백을 채우느라 고생 많았을 사무실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편집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승승장구의 첫 단추인 남편 석우씨와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그녀는 “첫 근무지인 남해군청에서 첫 추석을 맞이하는데 하필 당직이 걸렸다”며 “누가 명절날 근무를 바꿔주겠나 싶어 망연자실해 있을 무렵 선뜻 바꿔준 게 지금의 남편이고 그게 고마워 밥 한 끼 한 것이 평생 밥 먹는 사이가 됐네요” 하고 웃는다. 상금 200만원은 전액 시어머니께 드리기로 했다는 경숙 씨,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이 오늘따라 새롭게 와 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