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기원하는 오랜 농심(農心), 모든 이들의 고향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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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기원하는 오랜 농심(農心), 모든 이들의 고향 그대로
  • 이충열 기자
  • 승인 2013.05.09 10:45
  • 호수 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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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분신 한우의 되새김질처럼 고향생각도 깊어진다
남해시대 우리마을31 ‘이동면 다천마을’

다천마을은 = 마을을 끼고 흐르는 냇물, 모린내 가에 차나무 정자가 있어 처음에는 ‘다정(茶亭)’이라 하였다가 인구가 늘어나고 동세가 커짐에 따라 다정에서 떨어져 나와 따로 ‘다천’이라 이름했다. 그 전에는 지금도 남아 있는 다천사의 석축과 석탑으로 인해 ‘탑골’이라 부르기도 했다.
다천마을은 하늘을 향해 활짝 열려 있어 햇볕이 잘 드니 마늘, 시금치 등 작물이 잘 자라고 솟대처럼 솟아 하늘에 기원하는 당산나무는 마을사람들의 효심을 닮았다. 강인하면서도 현명한 이민식 이장은 마을의 웃어른 공경과 향우의 우애를 중요시하면서 김상춘 청년회장, 오영순 부녀회장, 고옥생 노인회장, 김용중 개발위원장, 정경원 지도자와 함께 100여 가구 200명의 마을을 새롭게 일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햇살 따갑게 내리쬐는 고향 생각 간절

용머리들이라고도 부르는 모린내 들판이 하늘을 향해 활짝 자신을 열어 놓은 곳, 그곳에 태양빛이 당산나무 두 그루를 타고 빗물처럼 쏟아져 고인다. 마을회관 옥상에도, 이장님댁 지붕에도, 마늘밭에도 태양이 쏟아질 때 맑은 정적이 가득 차오른다.

이곳이 고향인가 싶다. 아기자기한 돌담을 돌아가면 그리던 이가 있을까 하는 설레임이 피어나는 곳 말이다. 크고 웅장해서가 아니다, 멋있고 세련되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런 그리움이 없을 것이다.

혼자 감상에 빠져 있다가 다천마을 회관에서 이민식 이장님을 만났다.

“솟대 알지?” 이장님의 질문이다. 솟대는 그 옛날 삼한시대 때 신을 모시던 장소인 소도(蘇塗)라는 곳에 세웠던 나무를 말하는데 그 솟대를 통해 하늘은 땅으로 내려오고, 땅은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다천마을에 있는 두 그루의 당산나무가 솟대 역할 해 마을의 풍요를 가져다 준다는 설명이다.

옛 기원제 ‘새면 모린내 줄깔기’

이민식(얼굴사진) 이장님께서 요즘 마을의 옛 기원제를 복원하느라 바쁘시다고 한다. 이름하여 ‘새면 모린내 줄깔기’!

다천마을 앞 하천을 다천천 또는 모린내라고 하는데 이 하천은 예부터 비가 오면 물이 고이지만 비가 그치면 말라 바닥의 자갈을 드러냈다. 그래서 벼 등 농사를 짓기 위해 주민들은 모린내의 물을 기원하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것이 ‘새면 모린내 줄깔기’ 행사이다.

지금은 그 과정과 모습이 잊혀진 상태라 다시 복원해 마을의 행사로 만들자는 것이 이민식 이장님의 계획이다. 고서들을 찾아 원모습을 복구한 후 몇 가지 행사들을 추가해 마을의 큰 행사로 만들 것이라고 한다.

이 행사를 통해서 마을 주민들이 화합하고 서로 정을 나눌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다천에는 자연발생적 축사가 많다

김상춘 청년회장은 “우리 다천마을은 자연발생적으로 소를 많이 키운다”며 700두~800두 정도의 소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정말 그랬다. 다른 지역에 비해 평지가 적어 소를 키우기에 적절한 장소도 아닌 것 같은데 산 중턱에 축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축산에는 마을 100가구 중 15가구가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천마을에는 벼와 마늘, 시금치와 함께 ‘호밀’도 재배한다. 소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다천마을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정리 삼층석탑이 그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다초초 학교 앞산 초머리에 경남 유형문화재 제73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있다. 이 탑은 원효대사가 이곳에 ‘다천사’라는 절을 짓고 탑을 세웠는데 근처의 용문사와 합사한 후 흔적만 남게 됐다고 전해진다. 이 탑 때문에 다천마을을 ‘탑골’이라고도 한다.

마을의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마을 이름을 ‘탑골’로 더 잘 기억하고 있다. 





향우회의 잊지 못할 고향

외지에 나간 다천마을의 젊은이들이 고향을 잊지 못해 40년 전부터 재부다천향우회를 만들어 고향사랑을 잊지 않는다. 50명의 고향 선후배들로 이뤄진 재부다천향우회(회장 하영갑)는 개인사업가나 대도시 구의회의 의원 등 직업은 다르지만 고향사랑은 하나다.

향우회는 소액이지만 매월 얼마씩을 모아 회관으로 보낸다고 한다.

“돈만 보내기가 죄송스럽고 해서 2년에 한번씩은 직접 찾아와 경로잔치를 연다”고 하영갑 회장은 설명했다.

재부다천향우회의 강달수 총무는 “정말 나이가 들수록 고향인 다천의 산과 들판이 그리워진다”며 한번 올 때마다 마을의 이곳 저곳을 사진으로 찍어 개인블로그에 올려두곤 한다고 말했다.

이민식 이장은 “우리 마을은 외지 향우들이 찾아 올 때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면서 고향의 향기가 날리는 마을로 만들겠다는 소박한 꿈을 위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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