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개혁 반대, 창왕 옹립으로 탄핵된 조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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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개혁 반대, 창왕 옹립으로 탄핵된 조민수
  • 김성철
  • 승인 2013.07.25 18:20
  • 호수 3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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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관장의 유배로 읽는 한국사 54

▲ 남해유배문학관 관장
“조민수는 이성계 장군과 필적할 만한 군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한 어린 창왕을 나의 스승 이색과 함께 적극적으로 추대하여 왕위를 계승시킨 공신이다. 섣불리 맞서기보다는 탄핵을 통해 축출해야 합니다”

이성계 역시 정도전의 생각에 공감하고 있었다. 위화도 회군 당시 좌도도통사로 최영을 제거하는 거사에 동참한 조민수(曺敏修)의 세력은 자신의 대업을 앞당기는 데 걸림돌일 수밖에 없었다. 우왕의 아들 창왕도 신돈의 아들이라고 규정하였기에 어차피 제거해야 할 왕이었다. 위화도 회군 후 최영을 제거한 지 한 달도 안된 1388년 7월 조민수를 탄핵하기로 했다. 조준의 전제개혁 상소가 도화선이었다.

“전제(田制)를 바로잡아 나라에 필요함을 풍족히 하고, 백성을 후하게 하며, 인재를 가려 기강을 진작시키기 위해 정치적 법령을 시행하는 것이 당연한 급선무이옵니다. 나라의 운이 길고 짧은 것은 백성들의 괴로움과 즐거움에 달려 있으니 백성의 괴로움과 즐거움은 전제가 고르지 못한 것에 있사옵니다[하략]”
「고려사절요」에는 조준(趙浚)이 올린 전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장문의 상소가 실려 있다. 간관 이행(李行), 판도판서 황순상(黃順常), 전법판서 조인옥(趙仁沃)도 전제개혁 상소를 계속 올렸다.

“전하, 나라의 안정이 더 시급한 일이옵니다. 토지개혁은 나중에 시행해도 무방한 일이옵니다”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조민수는 정도전을 중심으로 하는 토지개혁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고려 조정은 전제개혁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졌다. 조민수는 이인임과 친하게 지내면서 백성들의 토지를 빼앗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인임의 후견으로 남의 노비와 토지를 빼앗는 등 전횡을 저지른 임견미, 염흥방 등이 제거되자 조민수는 자신에게도 화가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백성에게 뺏은 토지를 모두 돌려주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위화도 회군으로 득세하면서 다시 돌려준 토지를 빼앗았기 시작했다.

“지금 대신들 중에 백성의 토지를 이유없이 빼앗은 인물이 있습니다. 패주 우왕을 등에 업고 이인임과 함께 민생을 토탄에 이르게 한 자가 지금 토지개혁에 반대하고 있사옵니다”

조준의 탄핵에 조민수는 이색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색은 조민수의 행위를 알고 있는지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칼끝에 서 있는 조민수와 함께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1388년 7월, 결국 조민수는 경상도 창녕으로 귀양살이를 떠났다. 정도전은 그렇게 또 한 명의 정적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1389년 11월, 공양왕이 즉위하자 창왕의 즉위를 주도한 이색, 조민수 등은 다시 탄핵의 대상이 되었다. 유배형에 그치지 말고 사형 시키라는 상소가 쇄도했다. 그해 12월 결국 이색과 이종학 부자는 파면된 후 유배길을 떠났으며, 조민수는 폐서인되어 강원도 삼척으로 이배되었다. 이때 죽은 이인임의 집을 헐어 못을 팠으며, 이숭인, 하륜, 이분, 문달한 등도 유배형을 면할 수는 없었다.

이색, 조민수 등은 창왕의 생일에 잠시 특사로 풀려나왔으나, 1390년 1월, 다시 “왕씨를 왕으로 세우려는 의논을 가로막고 창왕을 세워 종묘로 하여금 영원히 제사를 받지 못하게 했다”는 죄로 낭사 윤소종과 간관들의 탄핵으로 변방으로 귀양길을 떠나야 했다. 조민수는 창녕에서 그해 12월 한많은 여생을 마쳤다.

현재 경남 창녕군 대합면 신당마을에 조민수의 묘와 사당이 있다. 예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로 이 지역은 하룻밤에 못이 생겼다 하여 ‘신당(新塘)’이라 불렸다. 즉, 조민수가 죽은 후 집을 헐어 없애고 그 터에 못을 만드는 형벌인 ‘파가저택(破家?宅)을 행했기 때문에 새 연못이라는 뜻의 동네 이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명은 ’신당(神堂)‘으로 표기되고 있다. 조민수의 후손인 창녕 조씨가 창녕에 많이 없고 전라도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흩어져 사는 것도 보복의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을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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