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향한 드라마, 남해바다가 품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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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향한 드라마, 남해바다가 품게했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08.01 12:11
  • 호수 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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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 … 금산과 노도 담은 김만중 이야기 등 남해에서 순백드라마 찍고 싶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드라마 ‘꼭지’로 데뷔… ‘열아홉 순정’처럼 따뜻한 PD
세상에 대한 호기심 많고 집중력 강해야 가능한 일, 요즘 고민은 ‘더 다른 드라마’

금요일 오후 3시, 커피 한잔이 잘 어울리는 시간이다.

지난달 26일, 여의도 KBS별관에서 아홉 번째 출향인을 만났다. 고현면 이어리 출신의 정성효 KBS 드라마국 부국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95년 드라마 ‘꼭지’를 연출하면서 드라마 피디로 데뷔한 그가 현재까지 총괄감독한 작품만 해도 2012년 숱한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학교2013’과 ‘직장의 신’ 등 주제와 장르가 다양하며, 드라마만큼이나 다채로웠다.

바다에서 자랐기에 크게, 멀리 볼 수 있었다

도마초등학교와 남해중학교를 졸업한 후 고입 본고사를 치른 뒤 진주고를 입학,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갔기에 정성효 피디가 고향 남해에 살았던 시간은 16년 남짓이다.

하지만 80명부터 많게는 100명의 스텝들과 호흡을 맞춰서 드라마를 연출해내는 그의 일에 가장 밑바탕이 된 시간또한 고향 남해에서 자란 시간이다.

정성효 피디는 말한다.

“최근 김종학 피디의 죽음에서도 보았듯이 프로듀서라는 자리가 어깨가 무거운 자리다. 작품이 잘되면 괜찮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 스트레스는 정말 표현 못할 정도로 무겁다. 그래도 나의 경우는 시골바닷가에서 자라고 순박하고 억척스런 시골사람들 속에서 컸기 때문에 큰 그림을 보고, 대범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연출과 프로듀서, 그리고 총괄프로듀서 등 피디라는 이름 뒤에도 세분화되는 역할이 존재한다. 책임프로듀서 혹은 총괄감독이란 자리에 앉게 되면 작품 기획과 작품방영시기, 투자와 광고 계획, 해외수출 등 드라마 기획과 방영이후의 결산까지 굵직굵직한 결정을 맡아야 하기에 ‘총체적 선택과 판단’에 대한 중압감을 가지게 되는 것.

정 피디는 “이제 드라마는 만드는 것 그 이상의 산업이 된 셈”이라며 “드라마 하나가 중소기업이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10편 중 2편 남짓이 성공을 거두는 확률이기에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고.
그러다 문득 정치를 공부한 그가 어떻게 인간군상이 담긴 판도라 상자인 드라마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 1995년 드라마 ‘꼭지’를 연출하면서 드라마 피디로 첫 테이프를 끊은 정성효 피디는 이후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 ‘직장의 신’, ‘상어’등 다양한 작품을 기획부터 제작투자까지 총괄감독했다.
화려한 연예인 아닌 막노동 현장의 감독

그는 인문학의 르네상스시기였던 8~90년대, 문화적인 세례를 많이 받았노라고 고백한다.

1990년도에 방송국에 입사한 정성효 PD는 지금이야 드라마가 거대산업이 돼 버렸으나 당시만 해도 드라마는 인간학이자 문학이었다고 말한다.

정 피디는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정치를 공부했기에 여기 맞는 직업이야말로 언론이 아닐까 판단해 피디를 지원해 방송국에 들어왔다. 얼마 후 그 중 드라마 피디가 활동영역도 넓고 역할이 다양하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좋아서 드라마를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드라마 ‘꼭지’의 준태ㆍ현태ㆍ명태 삼형제나 ‘열아홉 순정’의 낙천적 로맨티스트 홍영감처럼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촌놈 정서’와 ‘의리’가 살아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한다.

입사 당시 면접 때 우리도 ‘안나카레리나 같은 작품을 한번 만들어 봅시다’라는 멘트로 강한 인상을 주기도 했던 그가 꼽는 피디의 자질은 무엇일까?

“연평균 4~5편 정도의 드라마를 맡아왔다. 드라마마다 다양한 전문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면 좋다. 그리고 일 자체가 육체적ㆍ정신적 둘 다 힘들기 때문에 끈기 있는 집중력은 필수”라며 “밖에서 보는 것만큼 결코 화려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예인이나 탤런트가 아닌 살얼음판 같은 막노동 현장의 총감독이 바로 피디의 역할이란 뜻이리라.

▲ 총 제작비80억이 든 드라마 ‘착한남자’가 벌어들인 총 매출은 500억 정도라고 하니 이젠 드라마 한편이 웬만한 중소기업수준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남해, 감수성을 자극한다

세분화된 요즘일수록 생활도 다양해지고, 생각도 다양해지고 나아가 취향 또한 다양해졌다. 그러하기에 공통적으로 하나로 쏠리는 드라마보다는 각자의 취사선택에 따른 ‘독특하면서도 의미 있는 작품’을 찾게 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런 그가 연출자로서 바라본 남해는 어떨까?

“시청률이라는 숫자는 명확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드라마의 본질은 ‘꿈꾸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공간으로서 본 남해는 깨끗하고 아름답기에 감수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라면 다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남해는 기분을 좋게 하는 곳이므로 프랑스의 프로방스처럼 아름답게, 난개발이 아닌 옛것을 살리면서도 분위기 있는 개발을 통해 정돈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금산과 노도를 배경으로 해서 잉태된 작품이 바로 김만중의 구운몽 아닌가. 그 자체로도 큰 울림이 있지 않을까. 또 하나는 가칭 ‘다도해 프로젝트’라고 해 미조처럼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섬 그 안의 사랑이야기’등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더 다른 드라마, 진일보한 드라마를 위해 창작과 컨텐츠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정 피디, 그가 기록하는 노트 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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