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혁명
상태바
플라스틱 혁명
  • 서관호
  • 승인 2013.08.01 14:49
  • 호수 36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서관호
시인
본지 칼럼니스트
석기시대 사람들은 돌도끼와 돌칼로 사냥을 했다. 그 이전에는 나무로 만든 도구를 썼을 테지만 힘에 있어서 돌을 따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무보다 무겁고 날카로운 석기의 제작은 하나의 혁명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인류는 생활도구를 통해서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50년 전만 해도 흔히 쓰던 나무그릇, 짚 그릇을 이제는 박물관이나 골동품 가게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 사람의 한 평생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가 싶기도 하다.

석기시대 이후 기원전 3세기경 철기문명이 시작되었다. 쇠를 녹여 병장기를 만들어서 전쟁을 함으로써 이웃 나라를 쳐서 영토를 확장하고 대륙을 점령하기에 이르렀으니 오죽한가? 부족국가가 다민족 거대국가체제로 바뀌게 되었으니. 역사는 이것을 이긴 자의 편에서 기술하여 삼한의 시조나 광개토대왕과 태종무열왕 같은 영웅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철기라고 하는 문명의 승리였다고도 할 것이다.

20세기에 이르러 우리는 몇 개의 도구혁명을 실제로 체험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플라스틱혁명이다.

물론 아직도 농촌에서는 물건을 아껴 쓰는 짠돌이 어른들은 무거운 스텐 분무기를 짊어지고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지만, 무게가 1/3도 못 되는 플라스틱 분무기가 나온 지 오래 되었고, 그것도 들이가 반말짜리도 생겼으니 얼마나 가벼운가! 나는 이렇게 가벼운 농약통을 짊어지고 목초액을 치면서 ‘플라스틱 혁명’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수십 년 전에 이미 유행했던 말인데 이제야 몸으로 실감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발명왕 에디슨이나 상대성 원리를 발명한 아인슈타인을 배웠지만 순전히 남이 이룩해 놓은 발명품만 사용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가끔은 농부 가운데서도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서 특허까지 낸 사람도 있고, 기업을 경영하면서 여러 가지 특허를 가지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수한 기업을 창출한 기업가가 우리 신문에도 가끔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무슨 일을 하다가 뜻대로 안되면 짜증이나 낼 줄 알았지,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거나, 어떻게 해서라도 고쳐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수박을 냉장고에 넣을 때 밑이 둥글어서 넘어질 수밖에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 가장자리가 조금 높은 접시 하나를 받쳐서 놓으면 수박은 매우 안전하게 앉아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의 변화는 물건이 아닌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으로 하는 생활 속에서도 응용된다. 다만 여기서 이러한 혁명을 가져올 수 없는 걸림돌만 제거하면 된다. 그것은 고정관념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고집이고, 미련이다. 우리는 플라스틱혁명을 모든 생활에 적용해야 한다. 무엇이든지 바꾸면 좋아질 수 있다고.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이런 속담이 있었다. “나무 함태기 쇠 함태기 될까봐” 이 말은 나무 함지를 많이 다듬는다고 쇠 함지가 되지 않듯이 쓸 데 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가령, 못난 얼굴에 겉치레만 치장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도 쓰였던 말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일종의 고정관념임이 이미 밝혀지고 있다. 실제로 양은 함지가 나와서 나무함지를 갈아치웠고, 그것조차도 플라스틱 함지가 나와서 또 갈아치웠다. 이 플라스틱 제품들조차도 가볍고 단단하고 환경호르몬이 적은 소재로 거듭 바뀌어 왔다. 

어찌 물건뿐이랴! 사람의 얼굴은 살갖뿐만 아니라 윤곽까지 바꾸어 본래의 사람을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성형술이 발달하였다. 게다가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모든 장기까지 자기세포로써 증식 가능한 세상을 일부 실현하고 있으니 ‘인생 칠십이 매우 드문 일’은커녕 백 살이 되어도 죽지 않는 세상이 오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모든 도구와 방법은 물론, 사람 자체까지도 바꾸는 이 마당에 저 혼자 바뀌지 않겠다고 발버둥 쳐봤자 자기만 손해다. 컴퓨터 혁명, 스마트폰 혁명까지를 경험하고 있는 이 마당에 고집보다 무서운 병은 없다.

지금 당장 우리의 생각을 바꾸자. 무엇이든지 바꿀 수 있고 바꾸어야 한다. 그렇다고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인간이 어떠해야 존귀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쌓아온 인간의 존엄성을 뒷받침하는 윤리까지를 파괴하자는 말은 아니다. 인류가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도가 없는지를 항상 생각하는 삶이야말로 암흑에서 광명으로 인도하는 문화 창조의 길인 것이다.

반짝반짝 녹슬지도 않아서 자손만대로 쓸 것 같았던 스텐 분무기, 그것은 이제 고물상으로 보내야 한다. 내가 하는 일마다 새로움을 궁구하고 변화를 모색하여 플라스틱혁명을 이루자. 나만이 옳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대아(大我)의 경지에 올라서자.

그리하여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