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건 남해정치망 명품멸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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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 건 남해정치망 명품멸치 보냅니다!”
  • 김광석 기자
  • 승인 2013.08.01 15:03
  • 호수 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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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기자의‘부자남해의 꿈을긷는 두레박’ (2) 남해멸치어가 강인철 대표

우리군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기 위해서는 지역 내 농수임축산물의 부가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땀방울, 그들의 숨소리와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함으로써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남해시대신문이 그 현장으로 달려간다. <편집자 주>

HACCP 인증시설 박차, 가족체험 융합한 6차 산업으로
정치망 배위에서 바로 삶아낼 수 있는 작업선 연구 중

화요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새벽 4시, 눈을 뜨자마자 나는 이동면 용소마을 바닷가로 차를 몰았다. ‘남해멸치어가’라는 정치망 명품멸치 브랜드로 유명한 남방수산 강인철(53) 대표와 함께 정치망 멸치 체험을 해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옅은 구름사이로 반쯤 기운 달님이 부자남해의 꿈을 긷는 두레박을 찾아 나서는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어장막사에 도착하니 일꾼들은 벌써 배에 시동을 걸어놓고 있었다. 작업선(4.99톤)에 오른 사람은 모두 6명. 강인철 선장과 4명의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사진기를 든 한 사람. 

“매일 이렇게 이른 새벽에 나와요?”

“공무원들의 출근시간마냥 하루 두 번 물 보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정해진 출근시간이지!”

앵강만은 역시 깨끗하다. 서포 김만중의 섬 노도가 파도를 막아주는 앵강만 연안 해역에는 모두 12틀의 정치망어구가 설치돼 있다. 남방수산의 정치망은 홍현마을쪽에 있었다. 

위에서보면 T자형인 정치망의 가운데로 들어서고부터는 배가 옆걸음질을 시작했다. 정치망 작업선은 다른 배들보다 옆 높이를 낮게 만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을 보는 작업방법은 배의 이물과 고물에 장착된 자동롤러로 그물을 계속 들어 올려가면서 사각형 그물 안에 든 물고기를 한쪽으로 조여들어가는 방식이다.   

그렇게 그물을 다 잡아채자 일꾼들은 뜰채를 들었다.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에서 온 일꾼들의 뜰채작업은 재빨랐다. 그런데 다 조인 그물 안에 멸치는 보이지 않고 조기와 꼴뚜기들로 가득하다. 이것을 광주리에 다 퍼 담고 나니 그 아래에 또 한 겹의 촘촘한 그물이 나타났다. 멸치 떼가 큰 물고기에 다치지 않게 2층 구조의 그물을 만든 것이다. 그제서야 귀하신 몸 멸치가 수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멸치 떼의 뜀뛰기, 그것은 마치 은빛의 반짝임처럼 보였다.

멸치 뜰채작업은 몸집 큰 생선들을 퍼 올릴 때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다. 최대한 비늘이 떨어지거나 배가 터지지 않도록 퍼 올리는 게 관건이다. 뜰채작업이 끝나기 무섭게 강 선장은 선착장을 향해 최고의 속력으로 배를 몰았다.

“반대쪽은 작업을 안 합니까?”

“먼저 작업한 멸치를 내려주고 다시 나와야 돼. 그래야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어”

상품성을 위해 1분1초를 다투는 것이었다. 선착장에는 이미 강 씨의 아들 주현(26) 씨가 짐차를 몰고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다음 공정이 어떻게 되는지 보기 위해서는 나도 여기서 멸치와 함께 내려야 했다.

어장막사에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두 칸의 솥이 있고 그 속에는 천일염으로 만든 물이 펄펄 끓고 있었다. 멸치를 삶는 작업은 주현 씨가 맡았다. 정치망 뜰채작업이 끝난 이후부터 솥에서 멸치를 삶아내 황토방건조실까지 넣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 정도였다.

대학원생인 주현 씨는 방학동안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었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한번 해보라고 맡겼어요. 그러다보니 스스로 터득했지요. 어린들이 좋아하는 만큼 간을 잘 맞추는 일, 멸치의 성상이 온전하게 살아있게 삶아내는 기술(시간조절)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날 체험을 통해 내가 정말 놀란 것은 그날 건져 올린 생멸치가 그날 마른멸치 상품포장까지 마쳐 부산공동어시장 경매장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남해정치망멸치가 한 값 더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이유다.

강인철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멸치의 선도를 더 높이기 위해 작업선에서 바로 멸치를 삶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투자여력만 생기면 곧 이뤄질 일이라는 것을 그의 목에 걸린 수산신지식인 훈장이 말해준다.      

수산신지식인 강인철의 꿈  

학계는 우리나라 정치망어업의 근원을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중후반쯤이라고 본다. 정치망수협이 1941년 정식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정치망수협은 광역단위로 구성된다. 경남정치망수협 소속인 우리군내 정치망어업자율공동체 구성원 수는 얼추 35명 내외다.

남해군내 정치망어업인의 대다수가 그러하듯 강인철 대표 역시 남방수산의 3대째 경영자다. 그가 일궈낸 명품브랜드 ‘남해멸치어가’ 포장지에는 수산물이 얻을 수 있는 품질인증마크라는 마크는 다 달고 있다. 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받은 품질인증마크, 경상남도 추천상품 인증마크, 남해군공동브랜드 보물섬인증마크,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임을 인증하는 청정해인증마크가 빼곡하다. 강씨처럼 자기얼굴을 포장지에 실을 수 있는 수산경영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나 강인철 씨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또 새로운 꿈을 꾼다. 그는 지금 그의 브랜드 ‘남해멸치어가’ 포장박스에 HACCP 인증마크를 달기 위해 새로운 가공시설을 현 어장막  뒤쪽 부지에 짓고 있다. 그가 투자를 계속 해나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마른멸치가 현재는 HACCP의 대상품목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 그 때를 선도적으로 대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오는 9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HACCP 인증을 받은 마른멸치 생산현장시설이 탄생될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은 남해멸치어가 상품 포장지
6차 산업으로 나갑시다!

입소문만으로도 시장에서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받은 ‘남해멸치어가’에는 견학을 오겠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언제든 오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최소한 HACCP 인증을 받은 생산-가공-유통시설을 갖춰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싶은 자기기준 때문이다.

▲ 파워브랜드 ‘남해멸치어가’를 일구는 수산신지식인 강인철 대표.
그는 우리군내 모든 생산단체가 6차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생산 + 2차 산업인 가공 + 3차 산업인 유통을 더해 하나로 통합시키고 여기에 체험과 스토리텔링, 즉 문화를 융합시킨 것이 6차 산업이라고 한다. 우선 남방수산부터 가족단위 정치망 멸치잡이체험과 삶아서 말리는 가공체험, 나아가 그 자리에서 유통이 이뤄지는 6차 산업체로 나아가는 모델이 되겠단다. 그것을 위해서는 HACCP 인증을 가공시설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강인철 대표가 6차 산업을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군내 농수산물가공유통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용틀임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수산업에서 부자남해의 꿈을 퍼 올릴 두레박줄을 움켜쥔 강인철 대표에게 우리가 응원을 보내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HACCP 인증 가공건조시설을 만드는 일은 척척 진척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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