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남해초 축구부 진화 이끌어 온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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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동안 남해초 축구부 진화 이끌어 온 지도자
  • 한중봉 프리랜서기자
  • 승인 2013.08.30 14:22
  • 호수 3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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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스포츠人과의 데이트 1 - 박진희 남해초축구부 감독

선수발굴과정에서 “납치범으로 오해받아 경찰서 끌려가기도”
축구클럽 통해 저변확대 기여 … 장기적으로 ‘안정된 시스템화’ 고민

남해는 ‘스포츠 강군(强郡)’이다. 이러한 명성을 얻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땀 흘리며 훈련하고 경기위에서 투혼을 불사르는 선수들이 있고, 함께 땀 흘리고 자기를 희생하며 선수 지도에 모든 것을 받친 지도자 그리고 이들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 준 체육인들이 있다. 본지는 이들을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고 아울러 남해 스포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를 짚어봤다. < 편집자 주>

남해초의 대약진

인구 5만이 되지 않는 남해, 그리고 학생수가 700명도 채 되지 않는 남해초등학교. 이 아담한 시골 학교 축구부가 올해 맺은 결실은 알차다. 올해 2월 남해에서 열린 보물섬남해 전국유소년축구대회 3위, 지난 8월 열린, 초등축구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화랑대기 U-11부 준우승이 그 튼실한 열매다. 또한 남해초 축구부는 9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대교눈높이 전국초등축구리그에서도 현재 서부경남 10개팀 중 마산 합성초에 이어 2위(14승1무2패)를 달리며 강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렇듯 괄목할만한 성적을 자랑하는 ‘진격의 남해초’를 13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지도자가 박진희(35)감독이다. 2001년, 23살이란 어린 나이에 남해초 축구부 감독을 맡아 각종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정상권 반열에 우뚝 세워놓은 박진희 감독.

그는 “돌이켜 보면 참으로 어려운 길을 걸어온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상대팀이 피하고 싶어 하는 강팀’이 됐다. 또한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는 여러 제자들을 보면 지도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13년을 소회했다.

오늘이 있기까지

이젠 13년 고참 감독이 돼 버린 박진희 감독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도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사천 모 초등학교에서 납치범으로 오해를 받고 경찰서로 끌려간 일이다. 지금이야 소위 ‘잘 나가는 축구부’가 돼 하동이나 사천 등지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일도 있지만 불과 3~4년 전만 해도 박 감독 최대의 난제는 ‘선수 발굴’.

군내에서는 선수를 할 만한 학생들도 없었지만, 설령 있다 하더라도 면 단위 학교에서 스카웃해 오기도 쉽지 않아 자주 찾은 곳이 인근 하동과 사천이었다. 그러나 험상궂은 아저씨(?)가 학교에 들어가는 일이 만만치 않아 학교 담벼락에 기대 ‘축구유망주’를 찾다 아동 납치범으로 오인받고 경찰서로 끌려가게 된 것. 박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땐 참 서러웠고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한다.

방황하는 때도 있었다. 감독을 맡은 지 4년만인 2005년 11월 김해시장배 대회에서에서 꿈에도 그리던 우승컵을 안았지만 갑자기 깊은 슬럼프가 찾아온 것이다. “그 땐 정말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마침 지인의 소개로 큰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도 왔다. 그러나 막상 떠나려고 하니 ‘내 새끼들(축구부아이들)에 대한 생각’과 ‘주변의 응원과 기대’가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이 외에도 6년가량 50만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아이들 밥 사주며 힘든 지도자 생활을 하던 때도 있었고, 숙소가 없어 허접한 상가 꼭대기 층에서 숙소생활을 했던 기억 등 등.

“어느 조사에 따르면 직업군중 스포츠 지도자의 수명이 가장 짧다고 한다. 외형적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선수발굴 스트레스, 성적에 대한 부담, 아이들 관리 등에 매일 시달리는 고되고 고독한 일”이란 박 감독의 말에서 화려한 성적 뒤에 감춰진 그림자가 엿보이기도 했다.

박진희 감독의 꿈

박 감독은 2년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축구교실을 운영해 오고 있다. 대략 30~40여명의 아이들이 ‘박진희축구교실’이란 유니폼을 입고 주말마다 축구를 즐기고 있다. 또한 지난해 졸업한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중등부’도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8월에는 생활체육회의 도움으로 ‘여자축구교실’도 꾸렸다. 남해의 축구저변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박 감독의 소망은 남해초 축구부의 전국소년체전 우승이다. 반면 장기적인 계획은 남해에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축구를 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 속에서 클럽이 발전하고 엘리트 축구 모두 함께 동반성장하는 그림이 축구인 박진희의 플랜이다.

“지도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진실함으로 몰입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따르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신뢰가 쌓인다. 나는 힘겨웠던 감독 생활을 그 생각 하나로 버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당당하게 말하는 박진희 감독.

그의 질주에 더욱 가속도를 낼 수 있기 바라며 화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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