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려면 제대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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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면 제대로 해야"
  • 김태웅 기자
  • 승인 2013.10.31 17:11
  • 호수 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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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의 날 개회식에 수화통역사는 들러리?

▲ 군민의 날 행사 개회식 단상에서 통역을 하고 있는 수화통역사. 그 뒤 대형 스크린에는 수화통역사의 모습이 아닌 내빈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지난 25일 열렸던 `제24회 화전문화제 및 군민의 날` 개회식에 대해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던 행사`라는 평가다.

 이날 남해군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개회식 단상에 수화통역사를 배치했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치고 말았던 것.

 운동장에 자리한 10개 읍면의 면민들과 개회식 단상과의 거리는 짧게는 20미터에서 길게는 50미터로 수화통역사의 수화를 보기에는 상당히 먼 거리였다.

 청각장애인들을 좀 더 배려했다면 개회식 단상과 운동장 곳곳에 배치된 대형 스크린 중 하나에 수화통역사의 모습을 보여줬겠지만 개회식이 진행되는 내내 대형 스크린에는 내빈들의 모습만 비춰졌다.

 수화통역사는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였고 청각장애인들은 사회자, 내빈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개회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몰랐다.

 개회식에 참석했던 한 청각장애인은 "처음에는 수화통역사가 있는 줄도 몰랐다. 거리가 멀어 수화를 보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민의 날 행사면 남해군민 모두를 위한 행사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군민의 날 행사가 올해 24회째를 맞았다. 그동안 군내의 800여명 청각, 언어장애인은 군민이 아니었다"고 토로하며 "청각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배려 자체가 없다. 수화통역사 배치는 좋았으나 하려면 제대로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단상에 섰던 수화통역사도 당황스러웠다고.

 그는 "시나리오를 올려놓을 만한 책상 같은 것도 없었고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들러리를 선 듯 한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한 수화통역 전문가는 "최근에는 방송매체에서도 수화통역사의 화면 비중을 점점 넓혀가는 추세"라고 설명하며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군민의 날 개회식과 같은 경우에는 수화통역사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비춰주어야 하고 수화를 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한글 자막도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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